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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3,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그녀와 함께 맞춘 커플 폰케이스가 그녀 집에 도착했다.

핸드폰을 손에 잡을 때마다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가 생각나서 핸드폰을 손에 잡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내 주변 여기저기에 그녀와의 추억이 묻어간다.

안경도 그녀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맞출걸. 그녀가 내게 입혀주고 싶어하던 옷도 더 살걸.

조금 후회해본다. 그녀의 말을 더 잘 듣기로 한다.


모두 나에게, 그리고 그녀에게 좋은 일들이니까.

우리를 하나로 엮어주는 추억들이니까.


요즘 그녀는 마음이 심란할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의연하게 지냈고, 건강하고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다.


몸도 마음도 온전치 못할 때도, 그녀는 나를 먼저 신경써준다.

내가 일이 바쁜 중에, 함께 살 집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은지 걱정해준다.


내 자신을 돌아본다.

단 한 번도 힘들었던 적 없다.


나와 그녀는 둘 다 꽤나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들이다.

아니, 일이 바빠서 집에 잘 안 들어가던 사람들이다.

집에 들어가 있을 때는 집돌이 집순이었던 사람들이고,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홀로 외로이 사는 것은 사람의 수명을 줄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연구결과와 별개로, 혼자 사는 것만큼 마음 편한 것은 없다.

혼자 보던 영화와 드라마, 혼자 듣던 음악, 혼자 하던 게임, 혼자 파고 드는 취미생활, 혼자 먹던 밥.

그 누구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긴장을 풀고 있을 수 있다. 제일 편리하다.


다른 그 누군가를 신경쓰고, 배려하는 것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세상에서 제일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녀라는 사람은 그럴 가치가 있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대가라도 지불하고 싶다.


그녀는 나의 그런 '번거로움' 과 '손해' 를 걱정해줬다.

나와 그녀가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한 집에서 같이 산다는 것이 참 막연한 미래였다.

그녀도 '오랫동안 혼자 살던 내가, 과연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녀와 나름 긴 시간을 함께 하고, 그녀라는 사람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더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반대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과연 그녀 없이 1분 1초를 잘 살 수 있을까?'

'너무 숨막히도록 그녀를 옥죄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성장을 돕긴커녕 방해가 되는 것 아닐까?'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서로 성장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녀 없이 살고 싶지 않다는 결론만이 나온다.

'네가 없으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라는 유치한 표현들이 와닿는다.


존 그레이의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에 의하면,

남성이 고민이 있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자기만의 공간인 동굴로 들어간다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남자들이 취미, 오락을 위해 만든 별도의 공간을 '맨케이브 (Mancave)' 라고 한단다.


오늘 나는 그녀가 나의 '맨케이브' 라고 말해줬다.

나는 고민이 있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그녀라는 동굴로 들어가고 싶다.

그녀를 배제하는 취미, 오락 따위 전혀 필요없다. 혼자 앉는 의자는 필요없다.

나가서 일하고 돈을 버는 시간만으로 떨어지는건 족하다.


그녀는 나에게 번거로움과 손해를 준 적이 없다. 오직 자연스러움과 혜택만을 줬다. 기쁨만을 줬다.

그녀의 곁에만 앉고 싶다. 그녀 안에 있고 싶다.


그녀가 말해준다. "당신 있는 곳이 제 집이에요."

눈물이 난다.


그녀는 나의 안식처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심란한 중에도 나를 신경써주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우리 집' 에서 함께 사는 미래를 믿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의 모든 로망과 꿈을 이뤄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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