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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5,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어제 하루 종일 열심히 운동하고 쌓인 피로 때문이겠지만,

오늘은 몸과 마음을 좀 더 쉬어가는 시간을 가진다.

'늘어져 있는' 삶보다, '노예처럼' 일하는 것에 오히려 더 익숙한, 지나치게 성실한 그녀라서,

조금 기분이 다운되어 보이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다. 오늘따라 더 안아주고 싶다.


더 알차게 살고 열심히 일해서 삶을 가득 채우고 싶어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 인생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녀와 같은 사람과 보람차게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


오늘 그녀는 너무나 예쁜 발에 페디큐어 정리를 받았다.

세상에서 제일 동글동글한 그녀이지만, 힐 있는 신발을 신고 너무 오래 서서 일해왔는지,

그녀의 늘씬함만큼 뾰족해진(?) 발 덕에 나와 여행하는 동안에도 스타킹이 뚫리곤 할 때가 있었다.


잘 관리하여 더 예뻐진 그녀의 발에 잘 어울릴 플랫 슈즈가 나의 다음 선물이 될 것이다.

아아, 진주 귀걸이부터 맞추고.


그녀는 오늘이 우리가 사귄지 몇일이 되었는지 세어본다.

짧지 않은 그 모든 날들 동안 믿을 수 없이 좋고 행복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해준다.


그녀를 만난 이래 나의 하루하루는 내 인생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날들이었다.

서로를 알아가고, 삶에 대해 더 배워가고,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나를 "자상하고, 배려깊고, 단단하고,

자기 할 일에 철두철미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사람" 이라고 불러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녀의 곁에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해준다.


이젠 내 입에 버릇처럼 붙어버린 말이지만,

그녀와 같이 환상적인 사람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은 내게 세상에서 제일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라는 한 사람이 나타난 것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변했고,

내가 혼자 울 때 변하지 않던 세상이, 내가 그녀와 함께 웃으니 한꺼번에 변해버렸다.


요즘 온 세계는 웃는 게 죄스럽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마음이 심란한 게 디폴트인 날들이다.

대한민국은 매일 좌와 우가 격돌하고 있고, 물가와 환율만 오르고 다른 경제지표는 모두 떨어진다.

몇년전부터 시작됐던 전쟁들은 휴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셀 수 없는 사상자가 매일 생긴다.

산에선 불이 난다. 윗사람들이 앞다투어 법을 어길 동안 우리 같은 아랫사람들은 고생한다.


세상 여기저기 비행기사고가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게 겨우 몇달 전인데, 이미 모두들 잊었다.

사람이란 망각하지 않고는 참사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녀와 "슈팅 -- 더 퓰리처 (Shooting -- the Pulitzer)" 사진전을 찾았다.

"Shooting" 이라는 한 단어로, '사진을 찍는다' 와 '총을 쏜다' 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제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참혹한 광경들이 가득했다.

세상은 예전에도, 지금도, 몸부림치며 열병을 앓고 있다는 현실이 우리를 숙연하고 겸손케 한다.


그녀의 손을 잡고 퓰리처 수상 사진들을 보고, 탈만 많은 2025년을 함께 헤쳐나가며 느낀 것은,

끝없는 비극과도 같은 우리네 삶 속에서, 그런 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되,

나의 시선을 희극으로 바꿔줄 계기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의 영원한 희극이다.

더 열심히 일할 이유, 더 의연하게 살아갈 이유,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동기를 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조금은 심란한 마음으로 오늘 읽은 책에서 '장자' 의 가르침을 마주쳤단다.

정치를 떠나 세속을 초탈하여, 멀리서 바라보면 그 어떤 것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주의.

'맞다' 와 '틀리다' 중 하나로 정해지지 않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가야한다는, 호접지몽.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장자도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던 걸까-' 하고 생각해봤단다.


하지만 그녀가 나라는 한 사람에게만 받는 사랑으로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말해준다.

세상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도, 나만을 사랑해주고, 나란 사람과 가정만을 최고로 여기는 한 사람.

그녀는 내가 그녀에게 그런 존재여서 감사하다고 말해준다.


맞다.

나에겐 그녀 밖에 없다.


나는 박보검만큼 잘 생기진 않았지만, 박보검보다 그녀를 더 사랑해줄 자신이 있다.

그녀가 가질 자격이 있는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줄 순 없지만, 내 모든 걸 다 줄 자신이 있다.


나는 한 치도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그녀의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그녀에게만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세상 모두가 울고 있을 때도 내 입가에 웃음을 준 그녀의 입이 웃음 짓도록.


오늘도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녀 덕분에 환히 밝아진다.

그리고 그녀 생각만으로도, 나는 웃는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을 때에도 공부하며 가르침을 찾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한 발짝 물러나서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에게도 그런 시선을 전달해주고, 나의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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