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그녀다운 하루를 보낸다.
모두가 아직 잠들어있는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한다.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갈고 닦는다.
저녁에도 트레이닝을 받고, 고강도의 근육 훈련을 소화한다. 그리고 또 일한다. 숨가쁜 하루이다.
동시에 그녀의 연락과 관심을 더 많이 받길 바라는 가족, 친구, 연인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며,
잠들기 전에 한 시간 가까이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조차 잊지 않는다.
그녀는 정말 그녀답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녀답다.
나에게 있어 '그녀답다' 는 말은 '본받고 싶다' 는 뜻이다. 자랑스럽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도 온 세상은 많이 아프다.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을 보며, 내가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 느끼는 것은 바람직한 기분은 아니다.
그녀도 예전 직장의 동료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직접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는, 하루의 일과이자 생계이고 처리해야하는 일일 뿐일 수 있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바라봐도 감정이입이 더 강해진다.
나는 그 기분을 잘 안다. 특히 작년에는 현장에 있던 그녀를 보며 매일 그런 기분을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몸과 마음을 깎아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 인간이 겸손해지듯, 바꿀 수 없는 모든 사건들에 숙연해질 뿐이다.
하지만 나란 존재가 아무 것도 도움이 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나의 삶이 무탈하고, 먹고 살 수 있는 형편이 되고, 하고 싶은 일을 손에 쥘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건강이 있고, 나의 그녀가 건강하고, 그녀와 나의 가족들이 건강하시고,
내가 오직 그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더욱 무한히 감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내 자신이 작은 모래알처럼 느껴질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최선을 다해본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 그녀가 운동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팔굽혀펴기에 좀 더 힘을 준다.
평범한 일상을 나눠본다. 우리의 다음 여행에 쓸 캐리어를 28인치로 할지 30인치로 할지 살펴본다.
이미 일정까지 다 잡아놓은 여름 휴가에서 있을 호텔 위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신기한 일이다.
그녀와만은, 과거와 현재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게 된다.
그래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와 당장 내일이라도 삶을 합치고 같이 살 수 있도록,
부동산 회사, 이삿짐 회사, 인터넷 회사, 전기 회사, 보험 회사 등과 일정을 더 조율해보고,
회사에서의 업무량도 좀 더 미리 많이 해놓을 수 있도록 조절해본다.
그녀와 같은 사람과 이런 행복한 일상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공유할 수 있다니,
나는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감사하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감사한 사람이다.
그녀다운 사람이 내 곁에 있기 때문에.
그녀는 나의 미래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그녀다운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하루를 꽉 채워 알차게 보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뒤를 돌아보기보단 앞을 바라보게 만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