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그녀와 나의 기념일이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엔 솔직히, 만난지 몇일이 지났다고 기념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고, 더 중요한 일들이 많지 않나-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재단했다.
그녀를 만나고 느낀 것은, 나는 여러모로 참 오만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하루하루가 기념일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랑을 하니,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기념일을 챙겨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니, 매일이 기념일처럼 느껴졌다.
기념일이 아닌 날들에도, 기념일만큼이나 특별하게 대해주리라 다짐해본다.
몇주후 살림을 합쳐 같이 살게 돼도, 떨어져 살 때만큼이나 다정하게 대해주리라 다짐해본다.
그녀를 만나고 처음 해보는 것이 참 많았다.
'나 이런 사람 아닌데' 라는 말이 지금도 입에 자주 붙어있고,
나 자신이라는 우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점점 재밌어진다.
저번 여행에도 내평생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았다.
동시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깨닫는 바가 많아진다.
내평생 처음으로 네일샵에서 손톱 영양관리를 받아봤다.
'정말 힘든 일이구나- 나는 나의 직종이 어깨와 허리가 제일 아플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아무리 관리라 하더라도 자주 받기엔 피부가 남아나지 않게 깎아내야하는구나' 란 생각도.
내평생 처음으로 캐리커처를 그려봤다.
'나를 너무 미화해주셨는데? 대놓고 말씀드리지 않아도 미화해주시니 감사하네' 라는 생각.
'그녀는 아무리 포토샵을 한들, 사진도 그림도 영상도 실물을 절대 못 따라가는구나' 란 생각도.
내평생 처음으로 평양냉면을 먹어봤다.
'정말 생수에 냉면만 들어간 맛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감칠맛이 있고 맛이 깊구나' 라는 생각.
'그녀가 왜 이런 맛을 좋아하는지 알겠고, 앞으로도 자주 이런 음식을 같이 먹고 싶다' 란 생각도.
'첫사랑' 이란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나의 '첫사랑' 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사랑한 사람이 없고, 이렇게 '첫' 경험을 많이 허락해준 사람이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마지막으로 사랑할 사람이며, '끝사랑' 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의 알파와 오메가다.
감사하게도, 그녀에게도 나란 존재가 처음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녀가 평생 처음 해보는 말이구나' 싶은 그녀의 고백들이 종종 있다.
그녀는 오늘도 그녀답지 않은(?) -- 그녀가 기분 나쁘려나... -- 사랑 고백들을 던져준다.
그녀는 여태까지 가족, 배우자, 평생 시간을 함께 보낼 누군가의 존재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도,
그런 존재가 얼마나 중요할까에 대해 가늠해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커리어의 성취가 훨씬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그건 끝이 허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단다.
요즘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다.
사소한 얘기, 속상한 얘기, 혹은 너무 개인적이라서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얘기를 나누고,
좋은 일, 힘든 일을 같이 보내고, 추억을 만들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생겼다는 게 고맙단다.
그리고, 사람이란 존재에겐, 그게 전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해준다.
메세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나에게도 그녀가 내 삶의 전부라고 답해본다.
'사랑' 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사람이,
이젠 나를 위해 살겠다고 말해준다.
그녀와 같이 완벽하고 환상적인 사람에게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꿈과 같다.
내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단 한 사람이, 나에게 같은 사랑을 돌려준다니, 기적이다.
나는 무슨 복을 받아서 그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사랑받게 됐을까.
오늘도 더 겸손해진다.
나보다도 더 겸손한, 겸손함의 아이콘인 그녀를 보면 두 가지 비슷한 속담이 떠오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Still waters run deep (잔잔한 물이 깊게 흐른다)."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쁘고, 인성은 더 뛰어나고, 성격은 참 무던하고 시원하며,
배포가 크고, 유능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고, 그녀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며,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배울 것이 많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데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사람인데도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낮춘다.
말을 아끼고, 잔잔한 물처럼 깊게 흐른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우리 두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서로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의 목표가 비슷하고,
상대방을 위해 내가 변하고, 양보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최우선으로 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고 있어서 감사하다.
인간은 악하다. 모두 이기적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며, 본의가 아니라도 이끌려가서라도 나쁜 짓을 한다.
나는 종교와 철학에서 철저히 성악설을 믿어온 사람이다.
하지만 내 그런 본성을 거슬러, 살면서 단 한 명만이라도,
나 자신의 몸과 마음보다 그녀의 몸과 마음을 우선시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 여겨진다.
혹자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다.
혹자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녀를 사랑해주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이다.
그리고 그 일은 숨이 멎을 때까지 정진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내가 백만장자가 된대도, 회사에서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간대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줘도,
그녀를 잃어버린다면, 내 기준에 나의 인생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미국의 억만장자 워렌 버핏 (Warren Buffett) 은 '성공한 삶'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는 부나 명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성공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하기로 하고, 그대로 행하는 데에서 온다고 믿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을 가진 것 같은 사람이 이야기해봤자 설득력이 떨어질 순 있지만,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나에게도 크게 와닿는 말이었다.
내가 돈을 아무리 벌어도, 나보다 1억배 많이 번 사람이 있다.
생업은 생존과 생계에 관련된 신성한 것이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금액부터는, 돈이란 것은 돈이 아니다.
내가 명예를 아무리 쌓아도, 입발린 말로 찬양해주는 사람들도, 사실 은근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제일 잘 나가던 톱스타도, 전직 대통령도, 하루만에 명예가 실추되고 악인이 되곤 한다.
영원한 찬양은 없다. 영원한 치욕도 없다.
죽어서야 명예가 회복되기도 하고, 죽어서도 과거가 파헤쳐지기도 한다.
그녀를 만나기 전의 나는, 이미 다 이루었다는 듯 삶의 목표가 없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의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동반자가 되어주었으며, 후원자가 되어줬다.
22년 전 과거에 만난 그녀는, 지금 내 현재의 삶을 가득 채워줬고, 내 미래의 목표가 되어줬다.
그러므로 나의 가치관은 그녀를 그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행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미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오늘도 콧대가 높아진다. 어깨가 펴진다.
그녀만의 남자인 것이 자랑스럽다.
아쉽지만 이번 주말은 그녀와 함께 하지 못한다.
그녀는 오늘 은사님과 등산을 가기로 오래 전에 계획했지만, 산과 나무들이 울고 있는만큼 참아본다.
매일의 정세와 사람들의 시선을 항상 신경쓰는 그녀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대신 은사님과 저녁식사 후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들어온다.
그녀와 서로 그리워하는 주말이 또 하나 익어간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술을 한 잔 마시고 애교 넘치는 말투를 안아주고 싶었고,
나를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라고 불러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내 삶의 전부인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