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 아침에는 6시 알람을 놓치고 늦잠을 잤다. 7시 10분에 일어났다.
어제 이삿짐을 싸느라 조금 무리했는지, 늦게 일어나서 그녀를 걱정시켰다.
저번주까지 매일 야근하고, 한 분기를 끝내고, 오랜만에 운동을 하고 몸을 쓰는 일을 하니,
긴장이 탁 풀린 것 같다.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정확히 2주 후로 이사일이 다가왔다. 4월 17일 입주.
그리고 이미 80% 정도는 짐을 다 쌌다.
내가 혼자 살던 집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 그지없다.
내가 자던 '싱글' 침대를 버리고, 그녀에게 어울리는 '퀸' 사이즈 침대를 마련해본다.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 점점 피부로 와닿는다.
보고 싶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보고 싶을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보고 싶다.
그녀도 오늘 왠지 기분이 좋아서, 화장도 하고, 평소엔 잘 안 뿌리는 향수도 뿌려본다.
Louis Vuitton 의 City of Stars. 최근 그녀의 피부에서 맡은 향 중 가장 어울리는 향이었다.
생각해보면 LV 의 Spell on You 향도 잘 어울렸다. 그녀에게 더 홀리게 했다. 마법 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그 어떤 향수든 다 어울려서 문제다. 무슨 브랜드의 무슨 가방을 들어도 예뻐서 문제다.
아무 것도 뿌리지 않아도, 아무 것도 들지 않아도,
그녀 그대로 향기로운 사람이지만.
City of Stars 향의 이름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별명이자, '라라랜드' 영화에서 유래했다.
루이비통도 그래서 LA 에서 이 향수를 런칭하고 대단한 이벤트들도 했던 것 같다.
LA 를 배경으로 한 최근 영화 중 가장 유명했던 영화 '라라랜드' (개인적으로 9.5점) 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City of Stars" 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제89회 아카데미상과 제74회 골든글러브상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I felt it from the first embrace I shared with you,
That now our dreams, they've finally come true.
내 마음대로 번역해보자면;
내가 너를 처음 안아주었을 때부터 느꼈어,
이제 우리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는 것을.
점심을 먹으며 이 노래를 들어본다. 내 얘기 같다.
매일 나의 꿈을 이루어주는 그녀가 떠오른다. 그녀는 나의 꿈이다.
나의 뭇별이고, 나의 City of Stars 다.
오늘 그녀는 지하철에서,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이 따로 앉은 것 같길래,
같이 앉으라고 자리를 바꿔줬더니, 알고 보니 커플이 아닐 수도 있었던 것 같았다며,
오지랖이 너무 넓었다며 자책한다.
나는 그녀가 이런 사람이라 좋다.
친절해서 좋고, 상냥해서 좋고, 마음 씀씀이가 크면서도, 세심해서 좋다.
그리고 오지랖이 너무 넓었다며 자책하는 사람인 것도 좋다.
내가 내 기준에 맞는 행동규범을 교과서로 편찬한다 해도, 그 교과서 이상의 사람이라 좋다.
정말 심성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이다. 본받을만한 사람이다.
그녀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서 두부면 비빔국수를 예쁘게 만든다.
그녀가 '요리' 가 아니라며 겸손해하고,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내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지만,
그녀의 요리 사진은 그 어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보다 예술적이고 정갈하다.
플레이팅을 볼 때마다 내 브런치든 어디든, 백만명이 보라고 올리고 싶다. 참아본다.
'식사' 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의식조차 허투루 하지 않고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그녀가 좋다.
시간은 느린듯 빠르다.
어느새 내일로 탄핵 심판의 결론이 다가왔다.
국회로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한 나라가 홍해 갈라지듯 양쪽에서 싸우기 시작한 게 어제 같은데,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지만, 어떻게든 결판이 난다.
6:2 정도로 인용되기를 기도해본다.
22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난 게 저번달 같은데,
그녀를 처음 사귄 날, 나는 무조건 이 여자와 삶을 마감해야겠다고 다짐한 게 저번주 같은데,
그녀도 나의 뜻에 동의해주고, 나와 함께 살아주겠다고 결정해준 게 어제 같은데,
이제 2주만 있으면 그녀와 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어떤 꿈은 산산히 부서져 내린다.
어떤 꿈은 이루어진다.
나는 그녀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데에 내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그 꿈만 이루어지면 된다.
그럼 여한이 없을 것 같다. 내 삶의 다른 모든 것들이 부서져 내려도.
하늘을 본다.
빗줄기에 흐린 날씨 위로, 별 한 무리가 반짝거린다. 분명 한낮인데. 내 눈이 이상한 걸까.
하늘에선 그녀라는 별빛이 내린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향기로운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내일을 초연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그 어떤 별보다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