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은 식목일이다.
나무를 심으라는 듯, 비가 내린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오픈런하듯 일터에 자리를 잡는다.
창가 자리는 아니지만, 그녀가 앉은 자리 주변으로 낭만이 내려앉는다.
그녀는 어디에 있든 그 주위의 그림체를 바꿔주는 사람이다. 분위기 있는 사람이다.
옛날 미인의 얼굴도 있고, 현대 미인의 얼굴도 있는, 그래서 무슨 패션이든 잘 어울리는 외모다.
정말 정적이고 사무적인 일을 잘 하면서도, 예술적이고 화려한 일도 잘 해내는 사람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감정을 가졌는데도, 뜨겁고 감성적이며 낭만이 넘치는 사람이다.
이런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매일 새로운 나날을 느낄 수 있었다.
흐린 하늘 위로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날씨 아래, 연분홍색으로 벚꽃이 물기를 머금는다.
그녀는 제주도에만 벚꽃이 폈는줄 알았다며, 자신의 주변을 안 둘러봤던 거라며 사진을 보내준다.
아름답다. 그녀와 함께 저 길을 걷고 싶다.
꽃길이 어울리는 그녀와.
그녀는 아쉽게도 오늘 먹고 싶었던 메뉴를 먹지는 못했다.
탄핵 이후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 녹아내린 건지,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건지,
실내인 장소들이 평소보다 더욱 붐비고, 평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긴 웨이팅을 마주한다.
이슬만 먹고 사나 싶을 정도로 늘씬한 그녀이지만,
그녀는 나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이다.
매일 같은 메뉴를 혼자 2분 안에 먹어치우는 게 익숙했던 나에게,
식사 시간이 긴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녀는 정말 함께 식사하고 싶은 사람과 식사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려줬다.
그녀와 같이 살게 되자마자 무슨 레스토랑들을 다닐지 리스트를 시작해본다.
그녀는 남은 시간이 짧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직 그녀에게만 내 일생 남은 시간을 쓰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를 보지 못하는 날에는 더 열심히 일하려 한다.
최근 미국 관세 문제로 무역 전쟁이 벌어졌다.
이 회사를 온 이후로 이틀 연속으로 이렇게 회사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처음 본다.
다들 울상이다.
다들 정신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동요되기는커녕,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정한 기쁨이 솟아오른다.
내 평생 처음 느껴보는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그녀.
이젠 그녀가 아니면 안 돼.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먹고 싶던 것을 먹지 못한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하루종일 알차게 시간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의 시간을 가득 채워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