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어제는 처음으로 그녀와의 여행이 아닌 이유로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을 하루 쉬었다.
몸과 마음을 잘 회복하고, 다시 부족한 글솜씨를 끄적여 보는 것만으로, 집에 돌아온 느낌이 난다.
누구든 가장 편한 루틴이 있다.
나의 루틴은, 매일 멈추지 않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매일 그녀와 소통하고, 매일 짧게라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그녀에게 사랑을 담은 메세지를 남기고,
매일 그녀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어제는 그 루틴을 해내지 못했다.
오늘 다시 시작해보니 너무 좋다. 그리고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배운다.
자의식 과잉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녀를 사랑해주는 나의 모습이 진짜 나란 사람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도 나만큼 편안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인성을 다듬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컨디션이라도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쉰 적은 많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일을 쉬는 것은, 나답지 않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확인된다.
나는 이것만 있으면 되는 거였구나. 배시시.
사실 길게 다운되기엔, 요즘의 나는 호재가 너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생각이 깊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가 나를 사랑해주고 있고,
나의 직업과 일의 특성 상, 세상이 안타까울 정도로 어지러울 수록 오히려 일복이 터지고,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고, 양가 가족들도 건강하시고,
무엇보다 그녀와 함께 살 준비를 다 마쳤다.
주식시장에서 얼마를 잃더라도, 나의 하루하루는 매일이 상한가다.
어제 잠깐 내려간 것은, 다시 올라가기 위한 도움닫기에 불과했다.
혼자 살던 집 물건은 모두 처분하고 포장했고,
새로 살 집에 주문해둔 물건 리스트와, 이사 준비 To-Do Task List 등을 다시 정리해본다.
하얀 도화지에 그녀와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는 느낌이다. 그녀의 깨끗한 붓이 간지럽다.
이것저것 준비하며, 살면서 배워두면 유용한 정보들도 배워나간다.
평생 처음 구매해보는 로봇청소기의 적절한 관리법. 해킹당하지 않도록 프라이버시 조심하는 법.
처음 사보는 브랜드라,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믹서기의 매뉴얼. 다양한 모드와 강도.
밖에서만 커피를 마시던 내가, 집에서 그녀와 마실 생각을 하며 준비해보는 커피 머신. 다양한 맛들.
그 따뜻한 커피를 담아마실, "Hubby" 와 "Wifey" 라고 써있는 커플 머그잔의 재질.
내 입술이 쩍쩍 갈라지도록 건조한 삶을 살면서 알아본 적 없던, 가습기 모델/브랜드마다의 장단점.
뒷목이 아플 때가 있어서 베개를 쓰지 않을 때도 있는 그녀에게 좋을만한 베개의 특성.
그녀와 나의 겉옷과 속옷이 섞이지 않도록 여러 공간으로 잘 구분되어 있는 빨래통의 편리함.
그녀의 디자인 취향으로 곧 바꿔야겠지만, 투박하지만 튼튼한, 그녀와 나의 커플 슬리퍼 사이즈.
평생 처음 사본 와인 세트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의 용도와 사용법.
'윙 코크스크류', '포일 커터', '배큠 스타퍼', '에어레이터 푸어러' 등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
그녀가 말렸기에 아직 주문하지 않았지만,
내 장바구니에 이미 담겨있는 수많은 종류의 와인들의 평점들과, 와인 냉장고들의 스펙들.
어느새 내 삶이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문득 되돌아본다.
언제부터, 어쩌다가, 그녀가 내게 새겨진 걸까.
문신처럼.
아무리 문질러 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고,
더 선명해지기만 하며.
나의 후광이 된 사람.
난 이제 그녀만 오면 된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나보다 더 힘들었을텐데, 내 사과를 받아주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나보다 더 억울할텐데, 나에게 사과해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보고 싶어서,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