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의 아침을 모닝콜로 깨워본다.
이른 아침부터 그녀의 목소리는 싱그럽다.
곁에서 직접 안아주며 깨우지 못하는 건 아쉽다.
같이 살아가는 동안은, 언제나 함께 잠들고, 언제나 함께 일어나기로 약속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화장 한 점 없이도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칠흑 같이 어두운 방에서도 빛나는 얼굴.
그 어떤 거장의 예술 작품보다 내 마음을 더 흔들어주는 그녀의 자태.
보고 싶다.
그녀는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겨내며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주변 사람들이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그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고,
퍼스널 트레이닝도 잘 받으며 태릉인(?)의 스케쥴을 잘 마무리하면서도,
오후 내내 나를 너무나 보고 싶어해준다.
자신의 위치와, 계속 성장하고자 하는 삶의 목표와, 맡은 일에 있어 몸이 부서질 때까지 임하고,
책임감과 로얄티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꿋꿋이 바퀴를 굴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진정 본받을만 하다.
오늘도 그녀를 조금 더 닮아가기 위해,
그녀를 떠올리며, 그녀와 나의 미래를 떠올리며, 일에 박차를 가해본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과 세상사가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너무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음에 감사해본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녀를 사랑해주라고 말한 적 없다.
심지어 그녀조차 '나 좀 사랑해줘' 라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녀는 특히 시리던 작년 겨울, 찬 바람을 이겨내며 나와 올라갔던 남산타워 스카이라운지에,
내일 어머님과 함께 데이트를 하러 가기로 하고, 미리 예약 문의전화를 드려본다.
나와 갔을 때와 달리 완연한 봄 기운에, 케이블카가 훨씬 붐빈다는 정보를 다행히 미리 입수.
작년 12월을 돌이켜본다.
4달이 지났는데, 어제 같기도 하고, 4년 전 같기도 하다.
계엄령이 내려진 서울의 공기 위에서, 그녀와 잠시 누렸던 여유로운 시간.
그때 찍었던 영상을 다시 열어본다.
그녀와의 행복한 추억을 다시 보니, 그 곳에 어머님도 데려가는 그녀의 효도에 내가 다 보람차다.
선행학습을 한 듯한 기분. 어머님께 나도 효도하는 기분이 든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어른들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이리라.
서울에서 제일 높은 곳 중 하나인 남산타워에 올라가, 너무나 와닿던 그녀의 말들이 기억났다.
어디에 서있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여
자기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멀리서 보면 이렇게나 평화로운 도시
특별한 세상을 열어줘서 감사해요
그녀가 내뱉는 말은 내 마음 속에 시가 되어 흘러들어오고,
아무렇지 않게 들었던 그 말귀야말로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다음주에 같이 살 집에 필요한 것들이 있는지 다시금 물어봤다.
역시나 필요한 게 없단다. 그녀답다.
그녀가 어떤 여생을 살고 싶은지 궁금하다.
어떤 결혼생활을 그려왔고,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알고 싶다.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한두 가지만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오히려 되묻는다.
아내에게 바라는 한두 가지가 무엇인지.
"그녀가 살고 싶은 삶을 살면 좋겠고, 거기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 라 답했다.
그녀는 "나도 나도" 라고 반복해서 답해준다.
우리는 몸은 둘이지만, 마음은 하나다.
해보지 않은 것들을 그녀와 하고 싶다.
먹어보지 않은 스테비아 토마토를, 그녀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와 함께 구해 먹고 싶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다니며 Trekking 을 하는, 혼자라면 상상도 못할 일을, 그녀를 따라 달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평생 해보지 못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그녀와만.
오늘도 그녀만을 사랑한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