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나와 갔던 레스토랑에서 어머님과 오붓하게 저녁 데이트를 즐긴다.
오늘은 보름달도 떴다. 복덩이인 그녀에게 어울리는 달빛이다.
그녀는 내 덕분에 어머님과 오게 된 건데, 어머님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좋다고,
내가 그녀에게 복덩이라고 이야기해준다.
복을 받은 것은 나다.
그녀와 같은 사람을 만났기에, 평생 올라가보지 않았던 남산타워를 가볼 생각을 했고,
스카이라운지에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었고,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녀 덕에 내가 호사를 누렸지만,
그녀의 효심 덕에 어머님이 좋은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지만,
그녀의 칭찬과 감사를 내가 받고 있다. 황송한 일이다.
사실 그녀와 함께라면, 아무리 겉으로는 허름한 곳을 가도 너무나 맛있고 행복했다.
그녀는 주변을 밝히고 때깔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레스토랑에 미리 부탁해서, "엄마 사랑해요" 라는 회심의 레터링을 플레이팅한 디저트가 나온다.
그녀는 세심한 디테일에 강하다.
사실 디저트의 맛이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작은 터치가 큰 차이를 만든다.
나는 그녀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역시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맺음새가 아름다운 사람이다.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선물을 싸는 포장의 손길이라든가, 아주 작은 정성이라도 전달하는 모양새가 정말 사려깊다.
나름 내성적이기도 하고, 말이 적은 편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기를 빨리는 타입인데도,
어떻게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름다운 양면성들을 가지고 있고, 육각형, 아니 십육각형이 꽉 찬 사람이다.
누구나 양면성이 있고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그녀만큼 양면의 장점만을 가진 사람은 처음 본다.
그녀는 감성적이다.
하지만 감상적이지는 않다.
그녀는 심미적이다.
하지만 실용적이다.
그녀는 이상이 크다.
하지만 현실적이다.
그녀는 자신의 세상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세상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는 부드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단단한 사람이다.
그녀는 가벼운 사람이다.
하지만 진중한 사람이다.
그녀는 웃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색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편한 사람이다.
하지만 선을 긋는 사람이다.
그녀는 무던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세심하기 그지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내 품에만 안을 여자로 맞아들이는 건, 어머님을 포함한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녀의 유능함을 필요로 하는 동료들과, 그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닐만한 세상 뭇 남성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오늘도 내가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마음에 되새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나를 더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중요한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동전의 양면이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