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어머님과 아침부터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다.
비공식 헤어 & 메이크업 살롱을 오픈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머님의 머리를 만져드린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쿨하게 포기하고, 어머님께 넘겨본다.
메이크업도 도와드려 보지만, 화장 전후가 별 차이 없다는 컴플레인을 받는다.
이 살롱은 내츄럴 메이크업 전문이라고 답해본다.
그녀는 이목구비가 화려하고 생얼이 제일 예뻐서, 짙게 화장을 할 일이 없다.
내가 봤을 땐 그렇게 예쁘게 낳아주신 어머님의 오판인 것으로, 책임을 돌려본다.
그녀는 어머님과 함께 오랜 친구가 새로 오픈해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해본다.
오픈을 축하하는 마음과,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담아, 이것저것 바리바리 선물을 준비한다.
근데 분명 정성과 금액은 꽤나 들였는데, 그녀 표현으로는 어쩌다 보니 쫌쫌따리 선물이 됐단다.
그래도 그녀의 진심이 느껴질 테고, 속물스러운 친구가 아니니, 정말 고마워했으리라.
그녀의 어머님의 평소 행실에 대해 전해들으면, 그녀가 아무리 겸손하게 축소해서 이야기를 해도,
그녀가 어머님의 많은 장점을 배운 사람이라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됐구나- 싶다.
특히 정말 '경우 있는' 면을 많이 유전받은 것 같다.
그녀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경우가 바른 사람이다.
경우에 맞는 적절한 생각과 말, 행위를 하는 사람이고, 자연스레 품위와 예의가 동반되는 사람이다.
빈부와 귀천을 떠나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고, 사리 분별을 잘하며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녀는 어머님과 다른 사람이고, 스스로 체득해온 장점들이 많지만,
그녀의 어머님이 이렇게 훌륭한 딸 덕분에 어딜 가든 얼마나 자랑스러우실지 눈에 선하다.
다음주로 '우리 집' 으로의 이사가 다가왔다.
가구를 어떻게 쇼핑할지에 대해서도 살짝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평생 눈에 즐거운 가구를 사본 적이 없다. 언제나 집돌이였는데도 말이다.
디자인이나 심미성을 따지기에는 돈이 없었고, 관심이 없었다.
돈이 조금 생긴 후에도 버릇처럼 언제나 가성비만 따졌고, 효율만 따졌다.
하지만 그녀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관심이 폭증했다.
그녀와 둘이 영원히 살고 싶어서,
영원히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갖고 싶어졌다.
그녀는 아름다운 것을 보는 안목이 그 누구보다 탁월한 사람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구조, 가구, 물건들을 그대로 복사해서 가져오고 싶다.
이미 가구를 몇백 몇천 개를 찾아봤다.
세상에 가구 브랜드가 이렇게 많고, 가구점이 이렇게 많이 있고, 이렇게 가격와 재질이 다양하며,
배달 방법도 천차만별이고, 제작을 하든 안 하든 시간이 걸리는 것도 제각각이구나-
하고 새로운 점들을 많이 배웠다.
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급의 센스가 있어서,
그녀가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모든 게 완벽하게 꾸며져 있다면 참 좋겠지만,
조금은 부족하게 시작하더라도, 그녀와 함께 만들어나갈 과정 자체가 기대된다.
나를 비우고, 그녀를 채워나가고 싶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경우가 바른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어머님의 장점들을 닮은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행복한 가운데 나를 더 그리워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