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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4,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바쁜 월요일이다. 시장은 여전히 혼돈의 카오스가 벌어지고 있다.

내려가든, 올라가든,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내려가도 내 일이 늘어나고, 올라가도 늘어난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보다 일을 잘 해내면서도,

이번주로 다가온 이사 준비와, 그녀에게 매일 러브레터를 쓰고,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매일 그녀를 더 사랑해주는 루틴을 잘 해내고 있다. 뿌듯하다.


신기한 일이다.

처음 그녀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일 중독자였던 나와 그녀의 일에 방해가 될까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나와 그녀는 서로를 만나고 더 나은 사람이 됐다.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됐고, 더 성장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됐고,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됐다.


오늘 그녀는 우연히 읽은 글에서 앤드루 와이어스 (Andrew Wyeth) 의 이야기를 읽었다.

신기하다며 그녀는 나에게 와이어스에 대한 글을 보내줬다. 고마웠다.

와이어스는 미국의 유명한 화가이며, 2007년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 국가 예술 훈장을 받았다.

나는 그녀와 함께 그의 작품을 보고, 그녀가 '템페라 기법' 을 설명해준 덕에 더 깊은 감동을 느끼고,

그의 작품들을 더 찾아다니며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보내준 글을 읽으니, 새로운 것들을 더 배우게 된다.

19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잭슨 폴락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미술의 바람 속에서,

와이어스의 현실주의가 배척받고 무시당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두가 돌을 던질 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여기서 또 배운다.

내가 믿는 길을 찾았다면, 어떤 격한 비난과 파도가 와도, 그것을 뚫고 가는 것이 인생의 낭만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내 길을 찾았다. 그녀에게로 가는 길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녀만을 향해 가리라 생각해본다.


와이어스를 또 보고 싶다.

다음주 그녀와 함께 입주한 집이 좀 정리되자마자,

와이어스의 작품도 손잡고 보러 가리라 다짐해본다.


그녀처럼 교양 있고 심미적인 사람을 만나서 정말 감사하다.

그녀 덕분에 좋은 작가도, 좋은 그림도, 좋은 책도, 좋은 노래도, 너무 많이 알게 됐다.

그래서 그녀는 아름답다. 나를 비우고 그녀로 가득 채우고 싶다.


새 집으로 옮기지 않기로 결정한 가구들은 버리기로 했다.

버리는 것도 일이긴 해서, 업체 분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재활용하도록 처분한다.


나의 집이 점점 비어가고, 묵은 때와 먼지를 털어낸다.

그녀는 내가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마다치 않고 즐겨줘서 너무 고맙다' 고 말해준다.

너무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녀가 미녀와 야수에서 좋아하는 노래, "Human Again" 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노래를 들을 때 '공동체 모두가 희망에 찬 채 세상을 꿈꾸는 노래' 로 느껴진단다.

그리고 '희망에 차서 묵은 먼지도 털어내고, 새 단장' 하는 것을 좋아한다.


When I'm human again

So sweep the dust from the floor

Let's let some light in the room

I can feel, I can tell

Someone might break the spell any day now

...

Sweep up the years of sadness and tears

And throw them away


나는 지금 바로 이 작업을 하고 있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새 단장하고 있다. 내 자신의 삶을 바꾸고 있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서, 그녀와의 새 세상을 꿈꾸고 있다.


바닥을 쓸고, 방에 불을 밝히며, 나는 다시 인간이 되고,

나에게 걸려있는 마법을 풀어준듯, 그녀는 나의 슬픔과 눈물을 떨쳐내게 해줬다.


그녀는 나의 삶을 밝혀주는 사람이다.

오늘도 그녀는 내 곁에서 반짝거린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내가 힘들까봐 걱정해주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내일을 위해 오늘도 정진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그 어떤 노래보다 경쾌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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