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그녀만의 루틴을 부지런히, 또 즐겁게 소화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자신의 성장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고, 또 밤까지 일에 불을 밝히다가 귀가한다.
그래도 커리어를 바꾼 뒤 그녀는 타인을 모시기보다는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 늘었다.
그것이 내가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뿌듯한 부분 중 하나이다.
물론 그녀는 내가 아니었어도 그런 변화를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나를 만난 것을 계기로, 나름 거대한 믿음의 도약을 내딛을 수 있었다.
한때 철학과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프리드리히 니체에 한동안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도 중2 의 나이를 훨씬 넘긴 때에 중2병에 걸려 니체를 신봉했던 적이 있었다.
니체는 말했다.
" ... denn wer von seinem Tage nicht zwei Drittel für sich hat, ist ein Sklave."
' ...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
머릿속으로 계산해보자면, 인간의 건강에 제일 중요한 7-8시간의 수면이 내 자신을 위해서라 치면,
남은 16시간 중 나머지 7-8시간은 남을 위해 쓰더라도, 남은 7-8시간은 자신을 위해 써야한다는 것.
요즘 내 삶의 단기적인 목표는 그녀가 적어도 한동안은 24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자신의 24시간을 그녀를 위해 쓰는 것이다.
그 목표가 차차 조금씩 이루어져 가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들이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큰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이뤄나가는 사람이다.
니체의 명언들은 현대의 우리가 들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말들이 많지만,
그녀라는 사람을 생각하면, 오늘의 나에게 와닿는 니체의 말들이 참 많다.
" ... wer heute am besten lacht, lacht auch zuletzt."
' ... 오늘 가장 잘 웃는 자가 최후에도 웃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가장 잘 웃는 사람이다. 언제나 명랑하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천성이 명랑한 편이란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사실은 가면일 뿐일 때가 많았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내일 걱정, 다음달 걱정, 내년 걱정을 사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 가장 잘 웃는 사람이고, 나에게 그 어떤 걱정도 잊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니 그녀는 최후에도 웃을 것이고, 나는 그 최후에 그녀의 곁에 있을 것이다.
나도 최후에 웃을 수 있도록.
"Nicht die Abwesenheit der Liebe, sondern die Abwesenheit der Freundschaft macht die unglücklichen Ehen."
'결혼 생활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의 결핍이 아니라 우정의 결핍이다.'
우리 주변엔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녀를 만나기 전엔 성공해본 적이 없다.
사실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사업에 성공하는 일보다 어렵다. 높은 지위를 얻고, 돈을 모으는 것보다 어렵다.
그리고 끝이 없으며, 죽을 때까지 계속 긴장을 놓지 않고 정진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애초에 서로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운명을 믿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그녀와는 정말 운명 같은 만남을 가졌고, 그녀는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녀와는 죽을 때까지 화기애애하게 지금처럼 사랑할 거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다.
그 근거는, 그녀가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훌륭하디 훌륭한 '친구' 이기 때문이다.
니체의 말대로, '사랑의 결핍' 은 언젠가 올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몸도 늙어가고, 처음 만났을 때의 우리처럼 몸을 움직일 수는 없다.
얼굴엔 주름이 배이고, 삶의 모습이 바뀌어가고,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이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그 어떤 친구에게보다 먼저 달려가고 싶고, 그 어떤 친구에게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싶고,
그 어떤 친구와의 시간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신나고, 웃음 지으며, 편하다.
그래서 니체의 말대로, 그녀와 나의 우정을 지켜나간다면,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일 우리의 집으로 이사를 한다.
시간은 화살처럼 쏜살같이 날아간다.
신기한 일이다.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니.
그리고 정말 계획한 듯, 이 브런치북의 마지막 화, 30화가 내일 이사일이 될 예정이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녀는 내일 걱정을 미리하기보다,
내일 본다고 하면 오늘부터 하루 종일 설레게 하는 친구이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오늘을 명랑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내일 걱정은 내일 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나의 제일 친한 친구라서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