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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3,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도 달콤한 말로 그녀의 아침을 깨워본다.

그녀는 고맙다고 해준다.


고마운 건 나다.

그녀의 아침을 깨워줄 수 있는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나의 사랑의 말들이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모두 받아주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그녀는 오늘 댄스 동호회 모임에서 몸을 움직여본다.

말로는 조금 귀찮은 척(?)을 하며 전날부터 연습에 매진한다. 두둠칫, 두둠칫.

그녀가 춤춘 곡들을 여러번 동영상으로 봤지만, 점점 춤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러다 정말 아이돌 데뷔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연예인 내조를 해야하고.

비주얼, 가창력, 댄스 등 모든 게 완벽한데.

관종력이 부족해서 문제지만.


그녀가 친구들과 춤을 추며 동영상을 찍은 것을 보내줬다. 잘 춘다.

나와의 커플티를 입고 있었다. 너무 러블리했다. 더 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복근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헐렁한 박스티에 새겨진 Lovely 가 돋보인다.

핸드폰으로 보는 동영상일 뿐인데, 그녀의 생기가 흘러나온다.


그녀는 뭘 해도 생기가 흘러넘치는 사람이다.

나는 20대 초반 쯤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때도 생기와 패기가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아니, 사실, 더욱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부족한 현재 모습에 만족하기보다는, 피곤을 이겨내고 계속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성장의 속도가 원하는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그녀는 자신이 조금은 인간 쓰레기처럼 느껴진다며,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농담 삼아 해본다.


그녀는 나에게 쓰레기가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정금과도 같은 사람이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그녀가 넘어져서 일어날 때마다 손을 잡아주고 조금 일으켜주려 한다.

디딤돌이 되어주려 한다.


오늘 통화하며, 그녀는 나에게 왜 내가 다른 가족 이야기를 연애 초반에 비해 덜 하는지 물었다.

그러게.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요즘의 나는 머릿속에 그녀로 가득차 있었다. 그녀 외에는 일이든, 다른 사람들이든, 제쳐놓았다.

물론 일도 잘 하고 있고 -- 오히려 그녀를 만나기 전보다 더 잘 하고 있다 -- 가족들도 더 잘 챙긴다.

하지만 그녀와의 대화만이 나의 입에 고여있다.


이젠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안부 연락도 하지 않는다.

나는 원래 베스트프렌드도 2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사람이긴 했지만, 더 연락이 줄었다.

지금의 나는 오롯이 그녀에게 집중하는 삶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이렇게 되어버릴까- 싶긴 하지만, 뭐 그렇다면, 오히려 좋아- 라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나의 열정적인 사랑이, 그녀를 불편하게 하거나, 그녀에게 지나치게 집착과 의존을 하거나,

우리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중용의 미덕을 추구해보고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 1초도 빼지 않고 그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적어도 내 자신을 보면, 그리고 내가 평생 본 남자들의 모습을 보면,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1초만 봐도, '아아, 저 남자 사랑에 빠져있구나' 하고 곧바로 알 수 있다.

거울을 본다.

나는 확실히 사랑에 빠져있다. 그 누구보다도. Helplessly.


오늘 전화를 끊기 전, 그녀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대를 훌쩍 지난 이 나이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만 하는데,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해줬다.

동감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는 어느 나이에 그녀를 만났어도, 지금만큼 사랑했을 것이다.

그녀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는 10대에도, 20대에도, 그녀에게만큼 설레본 적 없다.

그 어떤 존재도 그녀를 사랑하는만큼 사랑해본 적 없다.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큰 사랑을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제일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실증적으로 증명하긴 어려운 명제들이긴 하지만,

그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 난제를 풀어가며 보여주려 한다.


나처럼 뾰족하고, 예민하고, 그녀를 찌르곤 하는 사람을 언제나 부드럽게 안아준 그녀.

그래서 오늘 그녀에게 더 들어간다. 그녀가 더 꽉 찰 수 있도록.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즐거운 춤사위를 안아주고 싶었고,

한 자리에 고여있지 않은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오늘도 나를 설레게 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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