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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9,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오늘도 부지런한 하루를 보낸다.

어제 저녁 내내 공복 상태를 유지하고, 잠도 설쳤지만,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공장에서 상품들을 레일 위에 올려놓고 대량공정을 빠르게 처리하듯, 정신없이 검사를 받는다.


키가 또 조금 자랐다고 신기해한다.

내가 22년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미모와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그녀의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은 게 당연하다.


건강검진 결과는 All good, all clean.

그녀다운 결과다.

늘씬한 체구가 찢어질 정도로 아무리 바쁘고 힘든 삶을 살아왔어도,

식단과 운동 등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덕.


그녀는 나에게 '그러니 내 건강 걱정 말라' 는 말도 잊지 않는다.

'걱정' 은 조금 내려놓지만, 그녀가 나의 건강을 북돋아준만큼의 절반이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

나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준 그녀를 위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누구를 사랑하는지, 누구에게 사랑받는지는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녀는 나를 그 누구보다 믿어주고, 그 누구보다 사랑해줌으로써,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본인은 특별히 액티브하게 한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나에게 형언할 수 없는 평온함을 줬고, 내가 맛보지 못한 행복을 줬다. 수명 연장이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나는 요즘 그녀에게 그런 평온함을 주지 못했다.

최근 내 자신에 대해 느끼는 것은, 나는 무조건 내 기준에서만 현상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있고,

내가 이미 봤거나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패턴으로만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며,

상대방이 자세히 설명해주고 주지시켜주지 않으면, 상대방의 시점에서 생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단 1초만이라도 그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봤다면,

'아아, 그녀 입장에서 뭐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라고 새로운 패턴을 잘 받아들이고,

'설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겠어? 별 일 아니겠지' 라고 기분좋게 잘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신변을 걱정하고, 신경써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지나치면 과유불급이다.

마음 속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건강하고 무탈하길 기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쥐잡듯 움켜쥘 순 없다.


의도야 어땠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를 작은 새장에 가두고 있었다.

그건 정말 내가 바라던 우리의 모습이 아닌데.

나는 그녀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녀가 나를 해방시켜 준 것처럼.


내가 그녀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누구보다 믿는만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신뢰받는다는 신뢰감' 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의 믿음을 절반이라도 갚아줄 수 있게.


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나와 살림을 합칠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집도 정리해야하고, 짐도 움직여야 한다.

저녁에는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고, 빨래도 하고, 세탁소도 다녀온다.


밤 늦게까지 알찬 하루를 보내고도,

스스로 게으르다고, 빈둥댔다고, 체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할, 자신에게만은 유독 가혹한 사람이다.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몸이 하나인 게 문제인 사람이,

누워있는 것이 장래희망이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렇게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눕고 싶은 게 당연지사다.


나는 그녀의 장래희망을 자주 이뤄주는 사람이 되겠다.

그녀가 나의 꿈을 이뤄준만큼.


나의 꿈은,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녀야말로,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잠드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신경쓸 것이 많은 와중에도 차근차근 모두 해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깨끗하고 건강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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