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세 번째 책을 입고하기 시작하며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나에게 들렸다. 대단하다고, 축하한다고, 고생했다고 많은 응원이 책을 만드느라 육체적으로 마음적으로 지쳐있는 나에게 위로가 됐다. 응원의 소리중에 나를 멈추게 하는 소리가 있었다.
‘부럽다.’
나는 글을 쓰기전에는 나를 챙기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것이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좁고 좁은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기위해 노력했고, 혼자 있을때는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다. 그러던 내가 나를 챙기고 보호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된, 감사한 변화의 시작이 책이었다. 누군가에게 큰 짐이 될까바 이야기하지 못하고 늘 머리와 마음 속에 멤돌다 사라졌던 감정들, 그 감정들을 내 문장으로 내 언어로 남 기기 시작했다. 글이 쌓일 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사람의 시선보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어떠한 바램 없이 써내려가 작은 공책, 내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된 문장 덕분에 어두운 내면의 내 모습을 발견했고, 그런 나를 위로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누군지 조금씩 알게되기 시작했을 쯤 문장들은 책이 되었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는 문장들이 나처럼 고민하는 누군가의 내면을 만나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정말 내 안에 큰 위로가 글을 남겼던 모든 시간들을 안아줬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책을 입고하는 일은 언제나 혼자였지만 글은 쓰고 있지만, 세상에 내 글을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모은다는 그 모습이 즐거움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저장해 놓은 글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스스로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사라질까봐 두려워 글쓰고 남겨놓은 메모장. 멋있는 스킬과 근사한 문법으로 보이는 글이 아닌, 감정 속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 서랍에 오랜만에 꺼내는 그런 감정, 진실함, 세월이 묻어있는 그런 글들에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혹시나, 만약에 자신의 글이 세상에 나왔는 데, 아무도 찾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걱정과 질문이 있다면 내가 읽어줄게. 그게 네 마음 속 어딘가에 있었던 그늘이라면 내가 그늘에 고마워하며 그늘에서 햇빛을 잠시 피할게. 세상에 내 모습을 보이는 것에 용기만 나에게 보여준다면, 나는 쓰는 삶을 잠시 멈추고 읽는 삶을 살아갈게. 어느날 쓰는 삶이 너무 멈춰 읽는 삶에 익숙해져 더는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아.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 어쩌면 네 용기가 필요해. 같은 고민, 같은 생각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위로가 될테니.
마음을 남겨줘.
내가 먼저 네 글의 독자가 될게.
치열하게 읽고 읽히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어느순간 찾아오는 밤에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함께 산책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