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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Dec 29. 2024

난 한 번도 후회 한 적 없어

그냥 글이 써졌어

세상의 모든 이별은 아름답지 않다는 말을 공감한다.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도 있기에 어느 정도 서로에게 상처를 받지 않고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평생을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눈을 가졌던 상대가 어느 날 그 눈에 내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느낌은 들지만, 그만큼 너는 나에게 이별을 이야기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고민하고 먼저 울고 있었겠구나. 이별이 결정된 관계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사랑했던 상대방을 위해서. 아쉬움, 슬픔이 있어도 이별을 했다는 것, '이별'에 더 집중한다.


집에 돌아가는 길 핸드폰 갤러리에 있는 너와 함께 찍었던 사진, 네 사진, 내 사진을 지운다. 조금이라도 함께 했던 감정이 묻어있는 사진은 무조건 삭제한다. 혹시나 내가 더 못 본 사진이 있을까 봐 갤러리 전체를 여러 번 훑으면서 집을 간다. 집에 도착해 검은 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너와 함께 공유한 인생 네 컷, 네 사진, 네가 나에게 준 선물과 편지를 다 봉투에 넣는다. 편지와 사진은 가위로 자르고, 집에 나와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서 분리수거를 한다. 모든 걸 버리고 지운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도려내 내 삶에서 지운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다시 만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아쉽지는 않냐고'. 후회하는 순간도 많다. 한 장이라도 사진은 남겨놓을 걸, 아쉬워하는 순간도 많다. 더 잘해볼 걸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은 관계에서 받는 에너지로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이별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면, 나는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없을 거다. 차갑게 그냥 자르고 버리는 게 아니다. 슬퍼하고, 아쉬워하고, 울면서 자르고 버린다. 하지만, 이별한 상황에서 아쉬움 슬픔 보다 먼저 바라봐야 하는 것은 관계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아파하며 감당하는 방식이기에 나는 한 번도 후회 한 적 없다. 그때 사랑했던 잔상만 남아있으면 된다. 이별한 관계에서 더 무언가를 원하는 건 욕심일 뿐이다. 그렇게 나는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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