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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Dec 30. 2024

나는 말이야

그냥 글이 써졌어

대학만 가면 행복할 줄 알았어. 이 지긋지긋한 학교를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테니깐. 대학교를 와보니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 행복할 줄 알았어. 남성여성 가릴 거 없이 고등학교 친구와 교회 친구들에서 멈춰있는 관계의 폭이 넓어지면 정신없이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할 줄 알았어. 관계가 넓어져보니 군대를 전역하면 행복할 줄 알았어.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 하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데 군 전역은 그 불안에서 나오는 거니깐 행복할 줄 알았지. 군대를 전역해 보니 내가 쓴 글을 모아 책 한 권을 만들면 행복할 줄 알았어. 다른 책에 위로를 받은 걸 내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넨다면 이토록 행복한 게 없을 줄 알았지.


그렇게 어느덧 대학은 졸업을 앞두고 있고, 관계는 폭이 줄었지만 밀도를 올렸으며, 군대를 전역하고 다시 군대를 들어가는 꿈을 꾸고 있으며, 책 세 권을 만들고 글 강의를 몇 차례 나가보기도 했지. 그래, 그랬는데 내가 지금 행복한 걸까?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릴까 봐 가까운 곳에 항상 목표를 두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렇게 행복이 다가오지는 않는 거 같아. 요즘은 오히려 내가 있는 곳에서 더 행복을 찾는 거 같아. 아침에 내린 커피가 맛있어서 행복하고, 다른 날보다 오늘 조금 더 늦잠을 자서 행복하고, 표지만 보고 고른 책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행복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고.


행복이라는 건 그냥 사는 곳에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더라. 해야 하는 목표를 두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걸었던 내 삶에 옆을 보는 시간을 주는 것. 그게 행복인 거 같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는 연습 좀 해야겠어. 그냥 사는 방법을 천천히 배워봐야겠어. 목표보다 일상을 더 사랑해 봐야겠어. 지금 듣고 있는 노래가 30초 남았는데, 끝나고 알고리즘으로 모르는 노래가 나오거든? 다음 나오는 노래가 내 스타일이라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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