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정신없는 감정의 심해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잃어버린 삶을 다시 찾았어. 그곳은 너무 차갑고 외로워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 그래서 지금의 일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여유롭게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며, 일을 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귀중해. 그런 평온한 일상에 익숙해질 무렵, 나를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친구의 얼굴이 보여.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는 그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의 눈빛 속에서 옛날의 네 모습이 떠올라 고맙기도 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내 마음과 마주하게 돼.
사랑을 시작할 때의 표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잘 알아. 그때 네 눈빛은 마치 눈을 감았을 때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 별들이 반짝이며 어둠을 물들이듯 그렇게 빛났었어. 하지만 사랑이 끝날 때의 표정도 나는 잊지 못해. 반짝이던 별들이 하나둘 빛을 잃어가는 순간, 그 쓸쓸함과 고요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별이 빛날 때와 빛을 잃을 때, 그 두 순간은 마치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사랑의 시작에서 반짝이던 네 모습과 사랑의 끝에서 빛을 잃어가던 네 모습이 여전히 내 안에서 아른거려. 그래서 지금, 빛을 닮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반갑지 않아. 오히려 두려워. 함께 빛을 잃어가던 삶만 꿈꾸다 늘 실패했던 내가 이제는 그 빛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조차 환영할 수 없는 것 같아.
같은 시간, 같은 날에 함께 잠들고 싶었지만, 어쩌겠어. 우리의 시간은 너무 다르잖아. 넓고 깊은 밤하늘 어딘가,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너도 분명 자리 잡고 빛나고 있을 테니, 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할게. 네가 앞으로 살아갈 모든 시간 속에서 빛을 품고, 그때 나에게 보여줬던 그 아름다운 표정을 지으며 행복한 순간을 더 많이 누리길 바랄게. 그렇게 나도 천천히 네 표정을 지우고 나와 함께 빛을 누릴 존재를 찾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