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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Jan 03. 2025

내일 첫눈이 온다면

그냥 글이 써졌어

올 해는 유난히 더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거 같다. 그렇지만 지나간 하루보다 앞으로 다가올 내일을 생각했을 때 올 해가 가장 추운 온기를 머금고 있었던 연도라면, 이것보다 슬픈 건 없을 거 같다. 더운 날씨가 더더욱 많아진다는 말은 새벽 차갑지만 맑은 공기를 마주하는 날이 줄어든다는 말이고, 따뜻한 에스프레소가 어울리는 날씨가 줄어든다는 말이니. 이제는 추운 날씨가 더욱 반갑게 여겨지는 하루하루인 거 같다. 그럼에도 내일 첫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패딩보다는 가벼운 코트가 어울리는 온도지만, 내일 첫눈이 온다면. 하얀 눈이 펑펑 내려 분주한 일상을 흰으로 덮는 내일이 온다면 나는 아쉬움도 없는 젊은 날의 내 걸음으로 흰 세상을 사진으로 담을 것이다.


아무도 용기 내서 도전하지 못한 하얀 도화지에 내 검정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 나뭇가지 하나까지 눈이 쌓인다면 가늘한 나뭇가지에 쌓인 눈의 아슬함을 구경할 것이다. 시간에 쫓겨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다 넘어지는 사람 있을까 봐 먼저 나와 길을 만들고 있을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눈에 비해 따뜻한 내 손으로 쌓여있는 눈을 만져봐야겠다.


앞으로 올 내일을 생각하며 더더욱 짧아질 겨울을 그렇게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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