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흔히 말하는 3D업종이라고 한다. 위험하고(dangeous), 어렵고(difficult), 더러운(dirty) 직업의 대표주자라 하겠다. 흔히 떠올리는 간호사의 캐릭터를 보자면 하얀 원피스를 입고, 커다란 주사기를 들고 웃고 있는 캐릭터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떠올리는 그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생각보다 더 많이.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간호사복이 위아래가 흰색이었다. 보통 때는 관리하기가 힘들어서 입지도 않는 흰색, 더군다나 양말과 신발도 흰색이다. 그야말로 올~~화이트다. 그래서 깔끔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일을 하면서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것도 아픈 환자를 돌보면서 말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환자의 체액이 묻기 쉽다. 체액이란 우리 몸에서 나온 모든 액체를 말한다. 이를테면 눈물, 콧물, 침, 가래, 구토, 땀, 혈액, 소변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 못에 묻을 확률이 크다. 일을 하면서 환자의 혈액검사를 위해서 피를 뽑다가 혈액이 튄다던지, 기침이 심한 환자의 가래가 옷에 묻는 일 이라 던지... 이런 일들로 인해서 업무 상 우리의 옷은 더렵혀지기가 쉬워서, 흰 옷을 흰 상태로 유지하지가 여간 쉽지가 않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 진한 색의 바지와 병원 마크가 찍힌 윗옷으로 바뀌었다. 역시 실용적인 게 최고다. 특히 일을 할 때는.
한 달간의 병동근무 적응을 마친 나는 신생아실에서 고정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신생아실은 소아청소년과의 산하에 있는 특수파트이다. 특수 파트이기에 스페셜 가운을 입는다. 그 당시에는 위 아래 핑크 면소재의 특수가운이었다. 병원에서는 가운을 빨아주는 린넨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간호사는 셀프세탁을 해서 입는다. 나는 이 가운을 거의 하루나, 이틀 정도 입고 빨았다. 일반 병동에서는 3~4일은 입고 세탁을 한다고 치는 것에 비해서는 빈도가 많았다. 왜냐하면, 매일같이 신생아실 아기들을 목욕시키다 보면 씻기려고 벗겨놓은 아이는 내 옷에 쉬를 하기 일쑤이고, 심지어 씻기려는데 끈적한 태변을 배출하여 내 옷에 묻히기도 했다. 또, 수유 후 트름을 시키려고 세워서 어깨에 받쳐주면 내 등 뒤로 토를 하기도 했다. 말 못하는 신생아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세탁을 안 한 옷을 다음 날까지 입을 수도 없는 일이다.
퇴근 후에 친구들을 만나려면 나는 왠만하면 목욕을 하고 가려고 했다. 친구들이 나에게서 애기냄새가 난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결혼도 안 한 처자에게 애기냄새라니. 알고 보니 퇴근 직후의 나에게는 병원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뿐만 아니라 몸에 아기가 토한 냄새와 아기 목욕 후 바르는 아기 전용 료션 냄새가 나서 애기냄새가 난다고 했던 것이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다. 결혼도 안한 미혼의 아가씨 몸에서 아기 냄새가 난다는 말은 용납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