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슬슬 배가 아파서 산부인과에 갔다. 진통검사 상 분만 할 정도로는 진통이 안 왔단다. 진통 10에 아이가 나온다면, 5 정도는 되어야 분만을 진행할 수 있는데, 나의 진통은 2~3이었다. 입원을 하루를 하고, 지켜보자는데. 나는 밥도 안 벅고, 병원을 간 것이다. 나 지금 금식상태인데, 지금 수액을 맞으면서 애를 낳으라고? 안될 말이다.
걸을 때 간간히 배를 움켜쥐는 정도로 진통이 오지만 난 장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어를 먹고 힘을 내야지, 애를 낳을 수 있다고.
무슨 배짱인지 오늘은 아이의 생일이 될 것 같지도 않았고, 나는 장어 타령만 했다. 남편 지인이 하는 유명한 장어집에서 중간중간 배를 움켜쥐면서 장어를 맛있게 먹었다. 이걸 먹어야 내가 애를 낳지.
남편은 또 지인에게 애를 낳으러 갔는데 장어 먹는다고 입원도 안 하고 왔다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제 곧 애 낳을 예정이라고 서비스로 장어 한 마리를 더 주셨는데 금세 내 입으로 사라졌다. 남편이 얼마나 먹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장어를 먹으니 힘이 났고, 다음 날 아침까지 내내 약한 진통이 지속되었다. 아침 9시 진료를 보고 유도 분만을 하며 드디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죽지 않을 정도의 진통의 산을 넘고서야 그토록 보고 싶은 아이를 안아보게 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이를 가슴에 안겨주는데 너무 가슴이 벅차올랐다. 뜨끈하고, 꼼지락거리는 살덩어리의 기분 좋은 느낌. 이게 내가 낳은 내 아이란 말인가. 나는 신생아실 간호사여서 처치하는 내내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에서 뜨거운 물이 치솟아 오르며 넘치기 시작했다. 내가 해낸 것이다. 드디어 엄마가 된 것이다. 그토록 꿈꿔왔던 때가 지금인 것이다.
내가 계속 울고 있으니 담당 의사가 물었다.
이거 꿰매는 거 아파요?
아니요. 저 엄마가 못 되는 줄 알았거든요.
나의 모든 산부인과 이력을 알고 있는 의사와 의료진은 아무 말도 없었다. 회음부를 꿰매는 내내, 분만실 안에서는 아무도 나보고 그만 울라고 달래지 않았고, 정말이지 분만실을 나갈 때까지 원 없이 엉엉 울어댔다. 아주 시원하게..
너무 늦은 시간에 아이를 낳은 것이다. 1인실도 가고 싶었지만, 산부인과의 특성상 분만을 해야지 입원실로 올라간단다. 늦은 시간에 분만한 나에게는 6인실밖에 자리가 없단다. 그리고 명절 즈음이다 보니 더 자리가 없었다. 간호사인 나는 이해를 했다. 원래 명절 근처에는 분만이 더 많다. 제왕절개도 더 많이 한다. 분만이 적은 때는 12월 31일 근처이다. 정확히는 12월 31일까지가 분만이 적다. 그리고 1월 1일을 기점으로 정말이지 아기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원리와 비슷하게 명절 근처에는 분만이 많다. 명절에는 할 일이 많다. 왜 분만이 많은 지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