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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점퍼

by 소연 Mar 31. 2025

 10월의 어느 날 친구의 공방에 놀러 갔다. 공방의 선반에 무심히 올려져 있는 초록색 인조 가죽 원단이 눈에 띄었다. 예쁘다고 했더니 친구가 “언니가 좋아할 줄 알았어.”라고 말하며 가져가라고 했다. 질감은 부드럽지 않았고 가로줄무늬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색이 너무 예뻤다.


 난 요즘 2년간 초록색에 빠져 있다.  초록색을 보면 너무 좋다. 초록색 중에도 나에게 어울리는 톤은 웜톤이다. 너무 쨍하지 않은 원단을 고르려 노력하지만 자꾸 쨍한 색깔들이 눈에 들어온다. 쨍한 색은 예쁘기는 한데 자주 입게 되지 않는다. 튀게 입고 나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경우에도 약간 꺼려진다. 나만 튈까 봐 조심스럽다. 나만 품위 없어 보이는 것 같아 신경 쓰일 때도 있다. 명품을 입고 나오는 친구들의 옷 색깔은 튀지 않는 고급진 흰색, 검정, 갈색, 회색 등이다. 나도 이렇게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예쁜 색에 눈이 가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직장 다닐 때에는 다양한 옷들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시장가기, 운동하기, 친구 만나기, 강의 들으러 가기 등  편한 복장의 활동 영역이다 보니 한 번도 입지 않고 계절을 넘기는 옷도 많다. 에라 모르겠다.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옷도 아니고 내가 만들어 입는 건데 마음 가는 대로 색을 선택할 거다. 자주 입지 않으면 만드는 공이 아깝지만 옷 만들면서 즐거우니까 그것으로 됐다.


 이 원단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여느 때처럼 머릿속이 바쁘다. 길게 만들까? 아니야. 초록색인데 길게 만들면 더 눈에 띌 거야. 짧은 스타일로. 칼라는 스텐칼라로. 길이는 가장 무난하다는 엉덩이 봉긋한 곳까지의 길이. 소매는 소매부리를 조금 넓게. 안감은 얇은 원단으로 해야 봄에도 활용 가능할 거야. 겨울에는 안에 패딩점퍼를 입고 그 위에 입을 수 있게 약간 넉넉하게 만들기로 정했다.


 원단을 펴 놓고 겉면에 흠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지고 있는 패턴을 고르고 마름질을 했다. 항상 그렇듯이 이 작업이 힘들다. 안 견반 뒷 견반은 겉감으로 재단했다. 다음은 안감 재단. 이제 또 마음이 바쁘다. 얼른 꿰매야지. 어떤 모양의 점퍼가 완성될 거라는 것은 알지만, 빨리 만들어 입어보고 싶어진다.  안감과 견반들을 붙이고, 어깨선을 박는다. 소매를 잘 맞춰 핀으로 고정시키고 바느질한다. 잘 붙었다. 그다음은 소매선부터 옆선까지 꿰맨다. 그다음은 겉감의 어깨선을 박고 소매를 달고 소매선부터 옆선까지 박는다. 정말 중요한 부분은 옆선의 주머니 달릴 곳은 4땀으로 박아야 한다. 양쪽 주머니를 잘 단다. 여기까지 잘 되었다. 지퍼를 달 곳에 심지를 붙이느냐 마느냐? 어렵겠지만 심지를 붙이지 않고 지퍼를 잘 달아보기로 결정했다. 정성껏 아주 조심조심 늘어나지 않게 잘 달았다. 다만 지퍼가 너무 길어 윗부분을 자르고 지퍼의 이빨을 빼야 하는데 플라스틱이라 쉽지 않았다. 딱 맞는 지퍼가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매끄럽게 처리가 안 되는 것을 흠으로 남겨 두어야 함이 많이 아쉽다. 다음은 칼라를 만들었다. 제법 잘 만들어졌다. 몸판에 칼라를 맞추면서 핀을 꽂아 간다. 어? 이상하다. 몸판의 목둘레와 칼라의 목둘레가 안 맞는다. 이런~. 심지를 붙이지 않아서 늘어났나 보다.  ‘칼라를 다시 만들어 붙여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그냥 칼라 없는 점퍼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안감과 겉감의 합봉. 완성!


 신난다. 이번에도 Good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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