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너무 착해 보이잖아요
우리 집 건너편에 있는 공방에선 저주 인형을 만든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곳이다. 나는 의뢰인에게 주문을 받아 저주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저주 인형은 밀짚을 엮어 만든 허접한 모양새이지만, 이 공방에서 만드는 저주 인형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독특하고 사랑스럽다. 인간도 동물도 아닌 외향. 토끼 탈을 쓴 사람의 몸, 여우의 눈을 가진 사람, 실제로 인형 몸속에 들어있는 문어의 심장 같은 것들 말이다.
의뢰인이 의뢰하면 난 저주하고 싶은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 구하기 쉬운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가져온다. 하지만 아주 가끔 치아를 가져오는 의뢰인이 있다. 치과 의사인지 아니면 싸움꾼인지 궁금하지만, 난 의뢰인에 대해 어떠한 것도 묻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저 생각으로 삼킬 뿐이다. 사실 저주 인형을 만들 때 꼭 사람의 신체가 필요한 건 아니다. 확실한 저주를 거는 확률을 올릴 뿐이지 별다른 이유는 없다. 흔히 믿는 미신의 요소를 섞었다. 쉽게 말하면 기분만 내는 용도라는 것이다.
난 의뢰인에게 받은 사람의 신체를 인형 솜과 섞어 넣고, 의뢰인이 원하는 모양으로 원단을 재단한다. 그리고 나만의 작은 꼼수가 있는데 저주 인형을 만들 때는 꼭 손바느질을 한다. 그래야 수제라는 느낌이 강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추가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면 뿌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여느 때처럼 공방에서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전화기의 진동이 울렸다. 의뢰 전화였다. 나는 의뢰인에게 저주 인형을 만들 때 주의 사항과 권고 사항 등을 안내했다. 마찬가지로 저주의 효과를 들먹이면서 저주하고 싶은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의뢰인은 그 부탁을 듣고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꼭 사람의 신체여야 하나요? 처음 듣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 사람의 물건을 가져와도 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능하지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니 의뢰인은 잠시 뜸을 들이고 말했다. 언제까지 가져가면 되나요?
일주일 뒤에 의뢰인이 공방으로 찾아왔다. 속으로 머리카락인지 손톱인지 살점인지, 혹은 반지나 목걸이인지 맞히고 있었다. 그리고 의뢰인이 꺼낸 비닐 속에 들어있던 건 다름 아닌 한 줌의 가루였다. 일을 하면서 이런 물건은 처음 봐서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유골이요. 동생의 유골. 고인의 뼛가루 말이다. 대부분은, 아니 모든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고 싶어 한다. 저주 인형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물건이다. 하지만 이번 의뢰인은 특이하게 고인에게 저주를 내리고 싶어 했다. 나는 의뢰인에 대해 묻지 않기 때문에 ‘왜 하필’이라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게 내가 이 호기심을 피할 방법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다시 의뢰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인형 안에 유골 가루를 넣어서 그런지 꽤 묵직한 저주 인형이 되었다. 의뢰인은 인형을 받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인형을 보는 눈이 아련했다.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어떤 이유로 저주 인형을 제작하신 건가요? 꼭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급하게 덧붙였다. 의뢰인은 나를 한번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주는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거잖아요? 전 동생이 천국에 갔으면 좋겠어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썹을 살짝 올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생은 자기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지옥에 가야 한다고 했어요. 자기가 천국에 가면 죽어서도 슬플 것 같대요. 그래서 저주 인형으로 동생을 천국에 보내려고 해요. 소원은 너무 착해 보이잖아요. 나쁜 사람에게 소원을 쓰는 건, 저도 별로 내키지 않거든요.”
의뢰인은 꾸벅 인사를 하고 공방을 나갔다. 난 소원과 저주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둘 다 무언가를 바라는 일인데 주로 소원은 자신을 위해 쓰고 저주는 타인을 위해 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동생이 좋은 곳에 가길 원해서 저주 인형을 제작한 의뢰인처럼 자신만의 이유로, 자신만의 소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젠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에겐 저주가 소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도 공방의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