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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야구소년, 요즘은...

러너는 부전공

by 미미

날짜를 보니 8월 26일이 마지막 발행일이다. 그간 딱히 바빴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의도치 않게 절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자는 브런치 알람을 보고서도 노트북 한번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 8월 초 조회수 10000회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보며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았음에도 (물론 알고리즘 덕분이겠지만) 의욕은 잠시 강을 건넜더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에서야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노트북을 열어본다.



그사이 아이는 소홀해 왔던 공부에 좀 더 시간을 할애했다. 지극히 이과형(?)의 성향을 가진 아이는 수학공부를 꽤 즐거워한다. 가볍게만 해오던 수학공부를 좀 더 집중력 있게 규칙적으로 하자고 얘길 했더니 웬일, 이제 좀 큰 건지 말이 좀 통한다.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어느새 수학공부-야구훈련-체력운동의 사이클을 원활히 해오고 있다. 다행인 건, 주말마다 해왔던 게임 시간은 확연히 줄었고, 줄일 수밖에 없는 게임시간에 스스로 납득을 하여 휴일이 낀 여유가 있지 않는 이상 게임에 대한 조름은 잠잠해졌다. 많은 부모님들이 우려하는 게임시간, 역시나 운동만이 답이라는 것을 내 아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게임을 안 하는 건 아니라는 것! 지난 길고 긴 추석 연휴 때는 2박 3일 주어진 시간 동안 패드에서 눈과 손을 떼지 않았다. 달이 지고 해가 뜨기 직전까지. 연휴기간 동안 야구를 위해 목표 체중을 채워보자는 제안을 했지만 게임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고, 그동안 못한 게임을 감안하여 나 역시 지정 날짜 내 무제한 프리타임을 선사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전혀 게임에 대한 언급은 없고 평소와 다름없이 야구와 주어진 학습에 충실하게 임하며 아이도 나도 평안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해왔던 게임 전쟁이 휴전인지 종전인지는 모르겠다만.


야구단에 입단한 지 10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는 아이의 야구 실력은 어떨까. 생각만큼 잘 늘지는 않는다. 배팅 자세는 많이 좋아졌지만 타석에 들어서면 여전히 앞이 캄캄해지는가 보다. 별생각 없이 휘둘러도 될 것 같은데, 아이는 생각이 많아지는 건지 연습한 대로 잘 되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하나 둘 공을 놓치다 보면 어느새 삼진이고, 운이 좋으면 포볼 출루다. 그러다 가끔 터진 안타는 아이의 기분을 날아가게 한다. 그 김에 나도 남편도 기분이 좋다. 그래 언젠간 나오겠지, 아이의 속 시원한 안타가. 아니 홈런이(^^). 오늘도 그날을 위해 배트를 휘두르고 캐치볼을 한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했던가. 운동신경이 생각만큼 받쳐주진 않지만 야구 이론은 전문가 못지않게 쌓인 듯하다. 해박해진 야구 지식으로 야구단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매 경기 엔트리를 짜대며 간접적으로 감독의 역할을 체험하고 있다. 연습경기만 잡혔다 하면 친구와 전화통을 부여잡고 라인업을 정리한다. 아이들이 보는 선수와 감독님의 눈으로 선택한 라인업의 차이를 비교해 보며 아이와 친구는 프로구단 감코진 못지않게 이유를 들어가며 서로를 납득시킨다. 사뭇 진지한 친구와의 통화는 엿듣는 부모들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던져준다. 어른들에게는 그저 연습경기일뿐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아이들은 꽤나 심각했는데도 말이다. 올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김태형 감독이 부상입은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 기용에 고심했던 시간을 보는 것 마냥.



또 하나 공부만큼 아이는 체중과 체력에 신경을 꽤나 써 왔다. 40kg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역시나 더 집요한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는 배가 부르면 조금의 간식도 더 먹으려 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꾸역꾸역 먹여서라도...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물러섰다. 활동량을 늘려 배고픈 상황을 만들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운동량을 늘렸다. 덕분에 체력은 좋아졌고 10월 초 마라톤 5km를 31분에 완주하는 쾌거를 맛보았다. 애초 목표였던 체중 늘리기는 안중에도 없고, 이를 계기로 아이는 달리기에 욕심이 생겼다. 12월 마라톤 5km를 한번 더 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역시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어떠랴. 좋은 방향이면 그걸로 오케이.



다음 달, 드디어 기다리던 U10 경기가 있다. 상반기에는 엔트리에만 들어가면 싶었지만, 시간이 흘러 하반기 U10이 다가오니 어느덧 형님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하는 부담감도 생겼다. 물론 즐겁게 하자, 취미로 하는 거잖아, 내심 아이를 달래주긴 하지만 아이는 엔트리의 영광을 누리고 싶으면서도 부담은 상당히 갖는 듯하다. 이런 상황 또한 아이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겠지. 실전에서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 남은 기간 체력도 키우고, 열심히 연습하여 아이의 성취감을 느끼는 시간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p.s.

리틀야구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기 발행일에 맞추지 못한 점 송구합니다. 앞으로 좀 더 신뢰 높은 작가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야구로 인한 일상이 작가님들의 생활에도 즐거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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