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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프 Nov 07. 2024

태도가 만드는 파장

KTX 승무원의 승객 일지

#5. 태도가 만드는 파장


“오송브레이크.”

철도 업계에서는 오송역에 정차할 때 생기는 지연을 이렇게 부른다.

오늘은 오송역에 관련된 승객 이야기를 풀어볼 까 해 툭 던져보았다.


오송역은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퇴근 책임지는 요충지라, 특정 시간대 특실에는 자연스레 고위 공무원들이 자주 탑승한다.   

그날도 역시나 두 분의 고위 공무원이 탑승하고 있었고, 서로의 자리가 겹친다는 문의를 받았다.


“고객님 두 분의 승차권 조회가 필요하니, 승차권 확인 부탁드립니다.”

.

.

.

내 말에 두 승객은 각자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 후, 두 분 모두 다음 열차 시간대에 예약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전화를 마친 두 승객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아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열차 탑승전에 꼭 승차권은 미리 전달받으시기 바란다!


[전달하기  : ‘코레일톡’ 어플을 통해 승차권을 탑승 전 전달받을 수 있다.]

[무표/부가운임 : 해당 열차 승차권 없이 탑승할 경우 승차권의 0.5배의 수수료를 더해 차내 결제한다.]

 

“고객님.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시지만 열차 규정상 부가운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희 열차 잔여석이 남아있어 구매하시면 서울까지 탑승은 가능하십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승차권 구매를 도와드릴까요?”


승객 A는 여유롭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네, 제 비서가 실수를 했나 봅니다. 허허허 부가운임은 당연히 내야죠! 좌석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네요.”

.

.

.

하지만 승객 B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런 실수를 감내해야 한다는 거야? 아니 비서가 그런 실수를. “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일정을 변경한다고 말을 안 했나. 내가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겠어?”

.

.

.

승객 B가 비서를 질책하는 동안 객실은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이후 주변의 승객들은 이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 중년 승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젊은 여성은 친구에게 “저런 상사라면 진짜 힘들겠다”며 속삭였다.

순간 객실 안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실 나는 그날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보였던 두 승객을 보며, 사람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승객 A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비서의 실수를 이해했다.

그는 당황한 기색 없이 웃으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 역시 그의 태도에 힘을 얻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승객 A의 인내와 배려는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파했다.


반면 승객 B는 당황스러움을 호소하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의 태도는 주변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승객들도 불편한 눈치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화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나와 다른 승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리더십은 단지 직위나 권력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평가받는다.

물론 직장에 있어 실수란 있으면 안 되는 일.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람의 본성이 나타나기 마련 아니던가.


하지만 승객 A는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리더십은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반면 승객 B는 불만을 쏟아내며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그의 이미지는 나빠졌다.


이 경험은 내가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상황에서의 리더쉽과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우리 주변의 작은 태도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긍정적이고 인간적인 태도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나는 내일도 이 기억을 떠올리며, 타인에게 여유 있고 언제나 긍정적이며 인간적인 태도로 임하고 싶다.


나는 누군가에게 승객 A로 기억되었을까, 승객 B로 기억되었을까?

여러분이라면,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삶의 태도를 닮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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