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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현 Nov 20. 2024

제7화. 바다 아래 마을

제7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절박하게 물었다.


'그건 저희도 몰라요. 하지만 그분이 괴로워하고 있으니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면 안 돼요.'

말을 마치고 나무들은 모두 한 곳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무수한 물방울이 달린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작은 나무들은 각자의 물방울을 떼어 달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 먼 곳에서는 여전히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잊으세요. 외로움을. 


한번 떠난 것은 돌아올 수 없어요. 


그러니 이제 받아들이는 것이 어때요? 


그 투명한 마음을 제발 녹이기를 기도합니다.' 


서서히 무너지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나무들이 안도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무수한 건물들이 있었다. 나무들은 물방울로 요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나름의 세상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위로도, 집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 난 그 마을에 눌러 살기로 정했다. 마침 나무 하나가 내 집을 소개해 주었다.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조금 좁지만, 살기에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나무가 말했다.


대체로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나는 나무들이 물방울을 기르고 재배하는 것을 도왔다. 그들은 정말로 놀라웠다. 빌딩 몇 채만 한 높이의 물레바퀴를 돌려 방울을 옮기고, 궁전 같은 건물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인상 깊었던 건 그들은 대체로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던 순간에서 태어났으니, 몸 깊은 곳으로부터 근원적인 행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싸워도 마치 연인들이 장난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대체로 사람들보다 행복했다. 


그러나 항상 고요하지는 않았다. 가끔 하늘이 울리며 무언가 거대한 것이 지나가고는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어디 있어'라는 외침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마을 전체가 잠시 어두워졌다 밝았다.


'저게 뭐지?'


'여행자분을 찾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나가지는 마세요. 그분은 당신을 떠나지 못하게 할 테니까요.'


그 말을 듣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종종 수정에 맞는 악몽을 꾸곤 했으니까. 또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처음에 만났던 푸른 나무와 마을 구경을 떠났다. 바다 생물의 몸속의 마을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사람들의 마을과 다를 건 별로 없었다. 시장이 있고 집들이 있었으며, 심지어 학교도 있었다.

시장에는 조금 특이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나무들이 먹고사는 물방울들 외에도 각종 우주 먼지, 그리고 아주 조금이지만 수정 조각도 있었다. 


'이 수정 조각은 뭐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건 아프지만 행복한 기억이에요. 그분이 짝을 위해 밤새 물꽃을 만들다 쓰러졌거든요. 쓰러졌지만 웃는 얼굴이었어요.' 


마침 대장장이로 보이는 사람이 상인에게서 그 수정 조각을 샀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었는데,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는 수정 꽃이 나왔다. 


'보셨죠? 행복을 간직한 슬픔은 행복보다 더 빛나는 법이에요.' 


나는 학교에도 방문했다. 여긴 127억 년 전인데 도대체 뭘 가르친단 말인가. 과연 그들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무가 친절하게 통역해 주었다. 


'우주의 지도를 배워요. 그분이 마음을 닫기 전까지 우리는 다 자라면 여길 떠나 다른 행성으로 갔어요. 그리고 또 다른 바다가 되었지요. 이제는 구름 새들과 수정 조각 때문에 여길 벗어날 수 없지만, 언제가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나무들은 밤이 되면 물꽃 밭에 모여 푸른 불을 피우고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없었기에 여기 적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물이 흐르듯 내는 유음(流音)으로만 이루어진 노래였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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