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나무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 이 기름이 말한 건 아니겠죠?'
나무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그 애가 날 가두었어'.
기름이 답했다. 정말로 기름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에 탄 나를 가만히 두었으면 다시 바다가 되었을 텐데, 그 애가 내가 죽는 줄 알고 놓아주지 않았어. 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그 애는 더 꽉 껴안았지.'
그가 말했다.
'내 몸은 그 애의 슬픔과 뒤섞여 수정 조각이 되었어. 분노와 섞인 쪽은 구름 새로 변했고. 네가 수정을 깨서 벗어나는 줄 알았는데 그 애의 분노가 다시 날 새로 만들었어. 짝을 잃은 분노가.'
그 새들은 결국 바다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짝이었다. 다만 그녀가 집착할수록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던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모든 물꽃을 모아 새들을 없애면 된다.
'내 몸을 다시 찾아 줘. 그럼 너도 집으로 보내 줄게'
나와 나무들은 몇 달을 물꽃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바다의 수정을 뜯어 다듬고, 그걸 다시 화살과 자루에 연결했다. 거대한 투석기도 만들었다. 그것들을 모두 지상으로 옮기자 준비가 다 끝났다. 마침 새 한 마리가 우리를 알아보고 울기 시작했다. 뒤이어 바다 전체에서 엄청난 수의 새들이 날아올랐다.
'개시!'
푸른 나무가 소리쳤다. 물꽃들이 구름 새들을 향해 발사되자마자 그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처음 만난 순간, 같이 밤을 지새운 기억들이 분노와 슬픔을 모두 물로 만들었다. 새들이 거의 없어지자 수정을 속에 가득 품은 큰 새만 남아 있었다. 그건 기름 바다가 죽어갈 때의 기억이었다. 나와 마을의 나무들은 그 새를 향하여 진격했다. 이미 물꽃을 많이 맞아 거의 움직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이제 그만 없어져라'
하고 투석기의 물꽃을 쏘려는 순간, 누군가 그 줄을 다 끊어버렸다.
'그만둬! 당장....'
바다 생물이었다. 그녀는 연기 새를 끌어안고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내 마지막 기억이야'
'또 혼자로 만들려고? 이미 두 번이나 당했어.'
그녀의 몸이 연기 새와 서서히 합쳐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 생물은 날개가 아홉 개 달린 거대한 괴물로 변해 나무들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수정 조각을 뿜고 발톱으로는 바닥을 긁었다.
'아무도... 가져갈 수 없어'
그 괴물의 팔에 맞은 나무들이 두 동강이 났다. 커다란 물꽃들도 소용없었던 것이다. 그 발톱이 나에게 올 무렵 푸른 나무가 필사적으로 하얀 기름을 그 발에 부었다.
'모르시겠나요? 그 집착이 오히려 가두고 있다는 것을..'
괴물이 멈칫했다. 마치 기름과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이 풀리더니 연기가 모두 걷혔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