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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현 Nov 20. 2024

제8화. 마을에 온 새들

제8화. 


마을에 들어온 지도 이제 어언 3년 정도가 지난 것 같다. 그 바다 생물은 여전히 나를 찾으며 울부짖었지만, 점차 잦아들었다. 처음에는 거대한 울음소리가 점차 흐느끼는 소리로 변한 것이다. 마을로 떨어지는 수정 조각들도 거의 작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끝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한 나무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 나무는 마치 고래가 깨졌던 것처럼 수정으로 변해 죽어있었다. 


'그 새들의 짓이에요! 여기는 들어올 수 없을 텐데' 


푸른 나무가 말했다. 다른 나무들도 모여들어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 새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니 무엇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우주 생물학자다. 생물학자의 원칙은 우선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다. 만약 새를 한 마리 잡을 수 있다면, 약점 역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가 없다면 위로 올라가 바다 생물과 대화해 볼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바다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새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누군가 올라가서 새를 잡아와야 하는 것이다. 


'혹시, 싸울만한 도구가 있을까?'


내가 나무에게 물었다. 여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하면서 체념하려는 찰나, 나무가 말했다.


'그 새들은 그리움이에요. 행복한 기억으로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순간 머릿속에 물꽃이 스쳐 지나갔다. 아픈 기억 속에 남은 추억을 정제한 물꽃. 그 물꽃이라면 연기 새라도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나무들은 가방에 물꽃을 가득 담아 채웠다. 물꽃을 던질 자루도 만들고, 물꽃을 끝에 단 화살도 만들었다. 그것들은 모두 별빛으로 빛났다. 


마을에서의 마지막 밤에도 그들은 어김없이 기도를 올렸다. 마치 우리 동네의 축제를 보는 듯했다. 마을 가운데의 거대한 나무는 밝게 빛나다가 이내 어두워졌다.


'이제 됐어요. 가능한 한 많은 물방울을 보냈으니 그분도 잠에 들었을 거예요'

나무가 말했다.


우리는 처음 들어왔던 구멍으로 나갔다. 하지만 충격적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은빛 나무들이 떠 있던 바다는 온 데 간 데 없고 뾰족한 수정이 가득 들어찬 것이었다. 앞으로 나갈 수는 있었지만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여행자님이 떠난 뒤로 그분이 외로우셨나 봐요. 하긴 두 번이나 혼자가 되었으니 어련하겠어요.' 


'그 새들은 어디서 오지?' 


나무가 뾰족한 수정 숲의 끝을 가리켰다. 과연 그곳에는 엄청난 크기의 연기 새가 잠자고 있었다. 속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름이 들어 있었다. 


'그거였군' 


새들은 자신들이 빨아들인 기름을 몸속에 저장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큰 새에게 당장 덤비는 건 위험했다. 우리는 근처의 작은 새를 골라 유인한 뒤 물꽃을 쏘았다. 예상대로 연기가 사라지면서 속에 담긴 무지갯빛 기름이 튀어나왔다. 희고 반짝이는, 지구의 검은 기름과 다른 액체였다. 


'고마워'

그 기름이 말했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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