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따뜻한 밥 한 공기와 김이 오르는 마파두부가 나왔다. 밥 위에 얹어 먹으니 매콤한 맛이 입에서 퍼져 나간다. 매콤한 고추기름과 부드러운 두부가 고슬고슬한 밥과 어우러져 마치 맛의 협주곡을 듣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에 나왔고, 중국에서도 부담 없이 먹었던 마파두부. 그런데 좀 궁금하다. 왜 '마파두부'일까?
때는 1800년대 말, 중국 쓰촨 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얼굴에 곰보(麻, 마) 자국이 가득했던 진(陳) 여인은 생계를 위해 두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먹기에는 조금 싱겁지 않은가? 요즘 중국에서는 꿀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당시 꿀은 귀한 재료였다. 진 여인은 쓰촨에서 많이 먹는 고추, 산초와 고기 조각을 넣어 볶기로 했다. 완성된 요리는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매콤한 맛!
그녀의 가게에는 손님이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진 여인의 곰보 자국(마)과 늙은 여인(파)을 합쳐 마파두부라고 부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중일전쟁이 터지자 전국의 피난민들이 쓰촨에 모여 싸고 영양 많은 마파두부를 맛보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도 매콤한 맛은 사람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특히 힘들 때 먹은 음식은 그 맛이 배가 되는 법. 사람들은 조리법을 배워 전국에 마파두부집을 세웠다. 맛은 국경을 넘어 한국에 도착, 우리가 아는 마파두부가 되었다. 이제 급식에 나올 만큼 친숙한 음식이다.
쓰촨 성 청두에는 아직도 그녀가 세운 가게가 있어, 정부로부터 노자호(역사가 있는 가게에게 수여) 칭호를 받았다. 만약 청두에 가게 된다면 한번 맛보는 것이 어떨까?
동파육. Source: Wikipedia Crative Commons
그렇다면 동파육은 어떨까? 동파육은 돼지고기를 오래 졸여 만드는 음식으로 특유의 맛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항저우와 중국 중부를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독특한 유래가 있다.
동파육(東坡肉)의 '동파'는 유명한 시인 소식(蘇軾)의 호이다. 그가 황저우에 좌천될 무렵 개발한 것이 바로 동파육이라고 한다. 돼지고기 애호가였던 소식이 백성들에게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다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수로 고기를 너무 조리다 탄생했다는 설화도 있다. 아무렴 어떠한가? 맛있는 요리법들이 후대에 전해져 모두 즐기게 되었으니, 이미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