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의 낭만, 인천 밤수영

달고기 잡기 대작전

by 하늘나루

본 글은 '낭만술집 달빛주점'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모든 그림, 일러스트는 하늘나루의 창작물입니다!



'하나, 둘셋!'


KakaoTalk_20250118_201924913.png 반짝이는 인천 바다


우리 셋은 함께 바다로 뛰어내렸습니다. 와, 정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바다 아래에도 무수히 많은 동물들이 있었고, 물고기 주민들이 사는 집들이 해저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도시 아래에 도시가 있었던 셈이지요. 소형 잠수함으로 된 수중 택시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녀도 물고기들이 눈길 한 번 안 주는 걸 보니 여기서는 일상인 모양이었습니다. 숨을 쉬는 것 역시 문제없었습니다.


'저쪽이야!' 다현이 앞발로 왼편을 가리켰습니다. 물 날개 덕분에 우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인천을 헤엄칠 수 있었죠. 마치 물고기처럼 빠르게 다현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송도 신도시에 이르러 다시 뭍으로 나왔습니다. 거긴 높은 건물들과 증기선으로 이루어진 번화한 지역이었습니다. 이미 구석에서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증기에 비친 노을이 장관이었죠.


'여기 정말 예쁘다.'


'그렇지? 내일 밤이면 보름이달이 떠. 그때 달고기들이 저 앞바다에 모여들 거야. 대신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내가 잡아둔 숙소로 들어가자. 내일 다시 와도 충분하거든.'


다현이 말했습니다. 숙소는 송도 신도시의 뱃머리에 있는 작은 건물이었습니다. 이런 걸 쉽게 예약하는 걸 보니 다현은 부자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만 호텔에 사람이 너무 없어 조금 이상했습니다. 로비에도 오가는 몇 마리를 제외하면 사람이 아예 없었습니다. 여긴 분명 송도에 있는 S호텔일 텐데, 제가 거기서 묵었을 때는 사람으로 가득했거든요.


'그 여기는 왜 이렇게 동물들이 없지? 이런 호텔은 분명 인기가 많을 텐데.'


서경이 말했습니다.


'그야 평일이니까. 게다가 유명한 관광지도 아닌데 사람이 많을 이유는 없지.'


제인이 답했습니다. 어딘가 불안한 눈빛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함께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았지만 호텔에서는 다른 방은 이미 예약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상합니다. 아까 로비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말입니다. 조금 수상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생각할 힘이 없었죠. 저는 침대에 눕는 즉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낮 한 시 무렵. 제인이 제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아직 밤도 아닌데 몰래 들어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손에는 간단한 먹을거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깜짝이야!'


제가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곳에 온 기분이 어때? 많이 놀랐지?'


'당연하지. 핸드폰을 잃어버린 게 너무 아쉬워. 가지고 있었다면 다 찍었을 텐데. 이대로 돌아가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 여기 음식들은 거의 안 상하니까.'


제인이 손에 든 과자 봉지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마치 별을 구운 듯 형광빛의 과자가 형형색색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한 입 먹으려고 했지만 제인이 제 손이 닿기 전에 도로 가져갔습니다.


'맛있겠지? 저, 그런데, 여기서 살 생각은 없어? 굳이 돌아가야 해?'


'그럼. 집도, 학교도, 가족도 다 원래 세계에 있는데. 지금쯤 날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계실지도 몰라. 서경이도 그렇고. 걘 이미 실종 포스터가 대모산 정상까지 붙었더라.'


'그래도 맛있는 음식도 있고 풍경도 예쁜데. 난 외롭거든. 혹시 네가 만약 여기서 지낼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 집으로 와. 너 하나고에서도 그랬잖아.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아니야?'


'그건 현실 세계 저택이니까 그렇지. 거긴 라운지에 수영장까지 있잖아. 게다가 난 사람이야. 호랑이랑은 같이 지낼 수 없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제임스는 또 어떻게 하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더 넓은 집에 고급 비행선까지 있는걸. 네가 들어온 걸 알고 대학까지 찾으러 다녔는데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어. 그렇지? 나랑 같이 여기서 지내자.'


제인의 눈에 파란 기운이 돌았습니다. 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를 떼어냈습니다. 제인은 억지로 입에 과자를 넣어 주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오히려 무서웠죠. 저는 슬슬 문으로 걸어갔습니다.


'같이 지내자. 제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거야. 거긴 가족이 있고, 진짜 집도 있어. 너도 말했잖아. 강제로 잡아두는 건 못할 짓이라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달고기를 잡아서 돌아가자. 네가 만든 지구본이라면 열 마리도 넘게 잡을 수 있어.'


'그래서. 내가 싫. 다. 는 거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제인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으로 호텔 바닥을 긁었습니다. 어찌나 힘이 세던지, 나무판자가 갈라지고 등이 흔들렸습니다. 그러더니 섬뜩한 눈빛으로 절 노려보더군요. 하지만 상대는 호랑이였습니다. 바로 여우로 변신했지만 호랑이를 이길 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집 고양이를 위해 사놓은 캣닢 스프레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호랑이에게 통할까요?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뚜껑을 부수고 전부 제인에게 뿌렸습니다.


'이런 하찮은 수가 통할 리가 없잖아? 난 고양이가... 아니..'


제인은 비틀거리다 마치 취한 듯 바닥에 엎어졌습니다. 저는 그런 틈을 타서 재빨리 제인의 가방을 챙겨서 방을 나왔습니다.


'서경아! 서경아!'


저는 서경이가 잠을 자던 방에 들어가 서경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녀는 비몽사몽 한 채로 힘없이 일어났습니다.


'마파두부... 참 맛있더라...'


'제인이... 제인이 범인이었어! 일부러 이 호텔에 묶어둔 것 같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창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여기서 당장 나가야 해.'


창밖을 보니 독수리 수십 마리가 날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만약 그대로 나간다면 잡힐 것이 분명했지요.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구석에 놓인 소화기를 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면서 그걸 다 뿌렸지만 호랑이에게 통할 리가 없었죠.


'장! 감히 날 버려두고 가? 널 물어버리겠다. 아까 족발 먹을 때는 그렇게 웃더니, 이제 배신하는 거야?'


위층에서 제인이 포효와 함께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인도 분명 계단으로 내려올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는 호랑이의 발걸음이 들렸습니다. 우리는 아무 층으로 빠져나가 작업실 안에 숨었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한숨 돌릴 수 있었죠.


'제인이 왜 저렇게 된 거야? 어제도 우리랑 같이 다녔잖아.'


'독수리의 첩자였나 봐. 그래서 그가 비행선까지 쫓아올 수 있었던 거야. 어쩌면 하나고 때부터 이미 데려오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이제 어떻게 나가지?'


그러자 서경이 구석에 놓인 청소차를 가리켰습니다. 형태로 보아하니 수륙 양용이었지요. 마침 청소부 옷과 도구도 가득했습니다. 저희는 몰래 변장하고 빠져나가기로 했습니다. 운전은 구 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던 서경이 맡았습니다.


'오늘은 일찍 출근하시네요. 수고하시십오.'


'수고한시십오.'


'뭐...?'


호텔 문지기는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독수리들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우리는 안심하고 바닷가로 질주했습니다. 저 멀리서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바로 달빛주점으로 돌아가 나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인은 정말로 무서웠으니까요.


KakaoTalk_20250118_201923710.jpg 우리는 S호텔에서 전속력으로 달려 나왔다.


'앞! 조심해.'


코앞에서 송도의 갑판이 사라졌습니다. 다행히 우리 차는 송도를 넘어 지나가던 강화선(江華船)에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마침내 강화선에 내려 해변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한가득 었습니다.


'오늘 달고기들이 모여드는 날인데, 저희 아들을 데려왔어요. 의지가 없는 애라 얼마나 모여들지는 걱정이지만요.'


물가에 있던 한 관광객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재빨리 제인의 지구본을 꺼내서 물속에 넣었습니다. 과연 제인이 열심히 만든 기계답게 순식간에 스무 마리도 넘는 고기들이 모여들었죠. 월시(月詩) 만점자도 다섯 마리만 온다는데, 제인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지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는 새하얀 빛을 뿜는 달고기 중 가장 큰 놈을 잡아 청소차에 실었습니다. 다른 관광객들은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세상에, 달고기가 이렇게 가까이 오다니? 그 비늘 먹을 수 있어요. 귀한 거니까 꼭 아껴 드세요!'


한 꼬마가 말했습니다. 저희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재빨리 달빛 주점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제인은 순순히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쿵-


'이게 무슨 소리지?'


서경이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무언가 지붕을 긁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청소차의 지붕에 떨어진 것이 분명했습니다.


'장! 날 버리고 가지 마.'


'넌 내 고향 친구잖아? 그렇지?'


제인이었습니다. 우리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만약 여기서 호랑이와 싸운다면 뼈도 못 추릴 것입니다. 저는 재빨리 가방에서 스패너를 꺼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제인은 계속 차를 흔들어댔습니다.


'가지 마!'


'어림없지.'


스패너로 지붕의 나사를 느슨하게 만들었습니다. 서경이 차를 최고 속도로 올리자, 나사가 풀리는 동시에 제인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제인은 다시 일어나 맹렬히 쫓아왔지만, 우리가 뿌린 소화기 가루가 앞을 가린 덕에 결국 놓쳤습니다. 하얀 안개 너머로 호랑이의 울음이 들려왔습니다.



'제인, 왜 인간들을 놓친 거지? 설명을 좀 해 줄래?'


독수리 팔수스가 소리쳤다.


'그 애가 캣닢을 뿌리고 도망갔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냄새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제인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계단을 내려오느라 온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장을 데리고 돌아오면 같이 살게 해 주신다고 약속했죠? 그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해요.'


팔수스는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물론. 그렇고말고. 대신 그 애들이 잡은 달고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가져와야 한다. 그 달고기는 시황(市皇)님께 치명적이라 여태까지 철저히 감시했는데, 하필 녀석들이 그 고기를 가져갔다. 그걸로 술을 만들면 향만으로도 위험해'


'그리고 제인, 네가 입양되었다는 걸 잊지 말거라. 순순히 따르는 게 너에게도 유리하니까.'


'...'


제인은 말없이 방으로 올라갔다. 그랬다. 제인은 분명 호랑이 일족으로 태어나 자랐다. 하지만 그녀가 잘 알지 못하는 사고로 인해 순식간에 고아 신세가 되었고, 독수리 집안에서 키워지게 된 것이었다. 독수리 팔수스는 그녀의 양아버지였다. 한 번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제인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신화 역시 날조되었다는 것. 그녀는 낮에는 현실의 하나고등학교, 밤에는 이곳의 K대를 오가느라 피곤하게 살고 있었다.


그녀가 받은 임무는 하나였다. 인간 세상의 문물들을 들여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독수리, 용들과 달리 호랑이족이기에 인간 세상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하나고의 트럭과 경비, 그리고 회장이었던 서경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도 그녀였다. 제인은 오래전에 장과 눈이 맞았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친해질 수는 있었다. 어디선가 제임스도 끼어들어 셋은 친한 친구들이 되었다.


하지만 서경, 서경이 눈엣가시였다. 장은 전혀 그렇게 여기지 않았지만 제인은 장이 서경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서경도 이 세계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미 조직된 인간들의 비밀결사, 달빛주점 때문에 그녀가 가져온 물건이나 사람은 번번이 도중에 빼돌려졌다. 그래서 그녀가 가져온 물건은 아직까지 낡은 자전거 하나가 전부다.


제인이 슬픔에 빠져 방에서 울부짖는 사이에 팔수스는 몰래 인천 시정부와 접촉했다. 골자는 달고기를 가져간 장과 서경을 체포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인천을 봉쇄해서라도 잡아들이겠습니다.'


팔수스가 말했다.


용은 비행선 폭파 사건이 담긴 기록을 가지고 의회장에 돌아갔다. 물론 이미 조작된 이후였지만 말이다. 영상 속 인간들은 교묘하게 비행선에 수소를 넣었고 이를 폭파하려는 시도까지 모조리 담겨 있었다. 이를 본 의원들은 하는 수 없이 용을 따르기로 했다.


KakaoTalk_20250118_143029800.jpg 팔수스, 시황 용족의 집무실 겸 회의실


'검문입니다! 비행선 테러범이 아직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증기차에 타신 분들은 신분증을 제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천시 경찰들이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달빛주점으로 가는 간선도로가 대부분 막혀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물속의 길들도 대부분 막혀 있었고 남은 곳은 하늘나루가 전부였습니다. 저와 서경은 달고기를 가방에 담고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청소차는 찾지 못하도록 강화선(江華船) 선창에 버리고 왔습니다.


'이 달고기 좀 봐. 아직도 살아있어.'


서경이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세계의 물고기는 물 위에서도 살 수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썩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니 다행이었지만, 이제 주점으로 돌아갈 길이 완전히 막혔습니다. 점장님에게 받은 돈도 떨어져 가는데 갈 곳이 없었습니다.


'전화! 주점에 전화할 수는 없어? 데리러 오라고 할 수도 있잖아.'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여기 전화들은 무조건 교환원에게 가게 되어 있거든. 그건 아무 상관없지만, 별다른 용건도 없는데 주점에 전화를 건 게 알려지면 잡으러 올 거야. 그럼 달고기고 뭐고 다 끝나는 거야'


'달빛주점이라... 오랜만에 듣는구나.'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한 나이 든 올빼미 한 마리가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형사가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허름한 차림새로 미루어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지요. 여기서 보는 경찰들은 대부분 제복을 빼입었으니까요. 올빼미는 동그란 눈을 크게 부릅뜨며 말했습니다.


'너희는 거기에 무슨 볼일이 있지? 너희도 설마..'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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