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y_지니
*본 에세이는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간략히 만 말하겠다. 요즘 별 걸 다 줄이는 세상이라지만, 별걸 다 요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데 그런 사람도 '실장'이나'과장' 직책을 달고 공지를 하는 세상이다. 그래도 기본급보다는 더 많은 돈을 받을 텐데 아무리 못해도 앞자리가 3으로시작되는 월급을 받아가는 것은 당연한 노릇.
"[방송 제안 문의] oooo에서 방송 제안 요청입니다. 메일 요청 안내 드렸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면 겉보기에는 이상할게 없는 문장이다. 하지만 뒷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1) 방송을 제안하는 쪽이 어디인가? 방송을 제작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안'하는 것이 맞다. "이런 콘텐츠로 촬영 어떠세요?"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방송을 촬영당할 기관 입장에서는 요청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의뢰'했다는 표현이 문맥상 더 잘 어울린다. 상대측에서 "촬영협조를 요청드립니다." 하며 의뢰를 했기 때문이다.
2) ooo에서 어떠한 협업 제안인지, 어떤 메일로 어떤 요청 안내를 드렸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생략이 되었다. 아무리 대표 메일이 있다고 해도, 혼란을 줄 수밖에 없는 요약 글이다.
그럼 해당 문장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우리 업체로 방송 촬영 의뢰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관련 부서 메일 ooo@으로 의뢰 내용을 자세히 남겨 달라고 요청한상황입니다. (관련 부서 또는 담당자는 촬영 협조 및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괄호 안) 내용까지 포함해서 공지한다면 최소 경력 5년 이상으로, (아니면 그보다 더 일찍) 그 뒤에 준비해야 할 내용까지 고려하는 센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백날 사원으로 입사한 신입들은 이해가 된다. 맡은 직책이나
직분에 맞게 급여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분수에 맞게) 일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본인이 무엇하러 그 뒤에 준비해야 할 내용까지 다 신경 쓰면서 '팀장'만큼의 멘트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소 본인의 직책이 '실장'이나 '과장'급이면 공지를 할 때 한번 더 생각해 보자. 사원처럼 공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심지어 '팀장' 직급도 아래 사원이 가져온 텍스트에 맞춤법이나 문장의 중복 정도는 티칭이 가능하다.
요즘은 동료 사원도 맞춤법이나 중복 문장 피드백이 충분히 가능한 세상이기 때문에 '팀장'이 '동료 사원 대비'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고민을 해봐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