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어본다.
때로는 전화 한 통이 사소한 스트레스를 넘어 일상의 평화를 흔든다. 용건만 간단히 말하면 될 텐데,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1시간씩 이어지는 통화. 다른 일은 산더미인데, 그 전화 하나에 발목 잡힌다. “운전 중이라 금방 끊어야 한다”는 말로 대화를 종결하려 애써도, 상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본인의 전화를 피하고 싶은 마음을 상대방이 느낀다는 것을 과연 알까.
전화로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려면 나만의 시간이 절실하다. 사람들과 있으면 늘 신경 쓴다. 말투, 표정, 태도, 심지어 숨소리까지 조심해야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배려 속에 스스로를 잃어버린 기분. 혼자 있을 땐 그런 부담 없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되든, 쓸데없는 말을 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자유야말로 내게 온전한 쉼이다.
때론 정말 화가 나는 문자나 카톡이 날아올 때가 있다. 그 즉시 답장하면 감정이 날것으로 드러날 뿐이다.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상대가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5분 주어라.” 그러면 상대가 카톡을 지우고 다시 보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내겐 그 5분이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이다. 화난 상태로 쓴 답장은 결국 후회를 남기기 마련. 5분 동안 산책하며 마음을 다독인 후 답장을 보내면 내 감정도, 상대의 마음도 다칠 일 없다.
고독은 처음엔 낯설지만, 내게 필요한 준비물임을 깨닫는다. 혼자 밥 먹는 것조차 어려웠던 내가 어느새 혼밥의 즐거움을 누린다. 혼자 여행하며 하루를 온전히 나에게 쓰는 것도 해보고 싶다. 낯선 길에서 느껴지는 고독은 오히려 위안이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유. 백세 시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것은 필수템이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다. 쉬운 일 아니지만, 가능한 방법은 있다. 화가 치밀면 깊게 호흡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걸음을 옮기며 산책하는 동안 한결 마음이 누그러진다. 이 고요한 시간 속에서야 비로소 내가 보인다. 누군가의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내 마음부터 보듬는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혼자 있는 자유가 주는 힘, 그 안에서 점점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