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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로는 살지 말자.

by 서강



소철과의 대화: 침묵 속에서 찾은 깨달음



국회도서관에서 만난 소철은 나의 친구다. 책 표지를 찍기 위해 소철을 중심으로 구도를 잡았을 때, 깊은 대화가 시작됐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소통, 그것이 이 아침, 나를 깊은 묵상으로 이끈다.



"언어에 한계가 생긴다는 건 무엇일까?"


한참 동안 소철을 응시하며 소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언어의 한계를 정하면소철과 대화도 어렵다. 인간세계에 국한된다.



E 성향의 외향적인 내 성격 탓에, 모든 것을 드러내는 사람으로 안다. 하지만 진짜 나의 모습을 모른다. 절대로 속마음을 전부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가정사는 더더욱 그렇다. "결국 내 얼굴에 내 침 뱉기"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정답은 뭘까?


남편과의 5년 열애는 "서로 떨어져서 못 산다"는 확신으로 결혼으로 이어졌다. 국가적인 방해도 물리치며 결혼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애와 결혼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집안과 집안의 문제가 우리 사이에 깊은 골을 만들었다.


신혼 초, 후회 없이 싸웠다. 그럼에도 친구들에게는 좋은 점만 말했다. 쇼윈도 부부라고 해야 할까? 필사를 하며 깨달았다. 나는 속내를 감추고 살아왔다.



"눈멀어 3년, 귀 막아 3년, 입 막아 3년"이라는 시집살이의 악습이 떠올랐다. 김종원 작가님처럼 "눈, 귀, 마음까지 열어야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우리 어머니 세대에 있었다면, 고부간의 갈등이 나아졌을까?




수시로 변하는 甲, 乙의 관계



일을 하다 보면 갑과 을의 관계는 수시로 바뀐다. 갑의 위치에 서는 순간 돌변하는 사람들을 보며, 악취가 나서 코를 막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사람의 심리를 알고 싶어진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딱 맞아떨어진다. 갑질은 대기업이나 부자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갑질을 하고, 당하며 산다.



소신과 막무가내는 다르다. 막무가내는 이익을 위해 염치와 양심마저 버린다. 그것은 "방향보다 속도"를 중시한다. 하지만 소신은 다르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소신을 가지려면 중심이 있어야 한다. 중심을 가지려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사색을 통해 시선을 바꾸고, 천지만물과 소통할 때 세상에 숨겨진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구름, 산, 하늘, 나무, 바람, 강을 같이 바라봐도 사람마다 시선이 다르다. 왜일까? 당연하지 않은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 바라보는 자연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 이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알아차림이 곧 깨달음이다. 깨달음이 올 때 세상은 다르게 다가온다. 매일 변함없이 펼쳐지는 산과 나무, 강, 구름, 하늘, 바람까지 정말 감사하다.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대자연에게 해를 입힌다.



해가 없다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을까? 감사함이 넘친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는 해를 향해, 두 팔을 벌려본다. 내 몸 구석구석을 해의 광선으로 치료받는다. "감사합니다, 해님."



소철과의 침묵 속 대화에서, 나는 속마음을 감추던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깨닫는다.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에 감사하며, 방향과 중심을 찾아가는 삶이 시작됐다. 지금도 국회도서관의 소철은 말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퇴근하면서 책을 대출받는 게 아닌, 소철을 만나기 위해 국회도서관에 들러야겠다



KakaoTalk_20250228_074932203_01.jpg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中


키워드 : "예측"

깨달음 : "갑"과 "을"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사람이 아닌, 작은 것 하나도 관찰하며 살 때, 세상에 숨겨진 비밀을 "예측" 할 수 있다.

적용 : - 소신을 가지기 위해 깊이 생각할 것.

- 관찰자의 시선으로 사물과 사건, 일상의 일들을 바라보자

- 자세히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사람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자. 소신 껏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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