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1부 작은 날들의 풍경

by 서강


양보


서강(書江)


햇살은 한 계절 내내 제 빛을 다 태웠다.
더는 붙잡지 않고, 더는 쥐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며 가을의 손을 잡아 이끈다.


꽃이 지는 건 끝이 아니라,
열매로 건네기 위함이듯,
여름의 양보 또한 사라짐이 아니라
깊어짐을 위한 물러섬이다.


삶도 그렇다.
내 안의 계절이 성숙하려면
이전의 내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
뜨겁던 날들을 내어주어야
서늘한 사유가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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