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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4기 극복기

14. 이 시간을 지내며

by 큰나무 Mar 19. 2025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마음을 울리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갔을 순간들이 이제는 가슴 깊이 스며들어,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감수성이 더 예민해진 걸까, 아니면 시간이 흐르며 마음이 더욱 깊어진 걸까.


며칠 전,

 2년 전 암 진단을 받기 직전에 떠났던 누이들과의 제주도 여행 사진과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때의 바람, 그때의 웃음, 그때의 따스한 햇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순간은 그저 즐겁기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때 내 몸속의 세포들조차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아무것도 몰랐던 나, 그리고 그 순간을 다시 마주한 지금의 나.


"그런 시간이 있었구나." 문득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슴이 뜨겁게 뭉클해진다.


몸의 상처는 아물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렇지 않다. 깊이 숨어 있던 감정들이 때때로 조용히 깨어나 가슴 한구석을 찌른다. 그럴 때면 애써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대로 흘려보내기로.


언젠가는 이 고통도 희미해질까? 언제쯤이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버텨낸다. 그리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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