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상한 사람들만 있는 게 정상이다

책 [라디오 체조] 후기.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공중그네 시리즈

by 이상 Dec 11. 2024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처음 글을 쓴다. 2006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책과 영화 후기를 남겼다. 여러 후기의 누적으로 2020년에는 영화 부문 이달의 블로그에도 선정되었으나, 그 이후 광고쟁이들의 댓글만 담기며 점차 글쓰기의 보람도 사라졌다. 그래서 브런치에도 한번 글을 남겨보고 싶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는 비교적 이미지 배치가 수월한 것 같다. 이렇게 이미지 옆에 글을 쓰면 정렬이 잘 되지 않아 항상 이미지와 글 문단을 분리해서 글을 적었는데, 브런치는 꽤나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한 곳에만 계속 있으면 안 되나 보다.


첫 글이라서 사담이 길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지인에게 책 선물을 할 일이 생겨, 리스트를 뽑아보기 위해서였다. 처음 딱 떠오르는 책이 '공중그네'였는데, 작가인 오쿠다히데오의 최근 작도 함께 찾아보던 중 '공중그네'의 속편을 알게 됐다. (1년 동안, 17년 만에 등장한 속편을 모르고 있었다니) 


'공중그네' 시리즈는 정신과 이학박사 이라부와 도도하고 섹시한 간호사 마유미를 등장 인물로한, 환자들의 치료 과정 이야기다. 정신 상담 및 치료라고 하면 거리부터 둬야 할 것 같은 2005년에 소개되었는데, 우려와 달리 즐거움 이상의 코믹물이다.


책 [라디오 체조]에는 5가지 이야기가 있다. '해설자', '라디오 체조 2', '어쩌다 억만장자', '피아노 레슨', '퍼레이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어쩌다 억만장자'였다. 이와 비슷한 지인이 내 주변에 있어서 그런지,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억만장자'는 분초를 다투는 데이 트레이딩 주식 투자자가 정신 치료받는 과정이다. 주인공은 짧은 시간 마우스 클릭으로, 엄청난 금액의 거래를 하기에, '시간은 곧 매매수익'이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생존 활동 외에는 시간을 사용할 줄 모르고, 그러다 보니 돈 쓸 여유도 없어, 돈 쓰는 것이 어색하다. 돈을 쓰는 법도 모른 채, 오로지 스크린 화면의 잔고로만 돈을 접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삶의 리셋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결말에 다가간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부분이다.


반면, 흥미가 떨어져 집중이 잘 되지 않았던 이야기는 '해설자'였다. 일반적으로 병원을 찾는 이는 환자인 데, 이 이야기의 경우 인물이 치료나 상담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공중그네' 시리즈 작품을 읽으며 환자를 공감하고 집중하는 습관이 이 이야기의 흐름과 엇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번에 접한 공중그네 시리즈는 모두 이런 내용인가? 그렇다면, 굳이 읽고 싶지가 않은데?'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다행히, 다음 이야기 '라디오 체조 2'부터는 기존 시리즈의 이야기 흐름과 비슷하게 전개되었고, 익숙함을 찾게 되니 완독까지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첫번째 '해설자' 이야기는 별로였다.


책을 덮고 나니, '그래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 누구나 다 이상한 행동을 할 수 있어, 나도 가끔은 이상한 사람이 되어도 돼'라는 마음이 생겼다. 이 마음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짧은 위안과 힐링이다. 


나는 지금 30대 중후반의 취준생이고 그래도 전 직장에서 우수사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6개월 안에는 새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10개월째가 돼버렸다.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했고, 나도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돼버린 것만 같았다. 결국 내가 자신 있게 회사를 관두고 새 직장을 찾으려 했던 결단이 이상한 행동으로 치부돼버린 것 같았고 그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이상한 평가였는지 의심되기도 하고 그 회사에 처음부터 입사했던 것부터가 예정된 결말의 시작이었는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갔다. 


평범하지 않았던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내면의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나와 같이 스스로에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면, 그 에너지를 이 책을 읽는 데 소모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