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은영 GoodSpirit
Dec 03. 2024
80년을 살았다
모태에서 유골함까지 80년
만석꾼집 다섯째
귀하디 귀한 장손
세상에 나보다 귀한 것 없었다
그래서 나
아무도 귀하게 대할 줄 몰랐다
고운 아내도
품 안의 자식 다섯도
귀한 줄 몰랐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는 나를 무서워했다
아내도 자식도
나를 무서워했다
나도 내가 무서웠다
더는 내가 귀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이미 관 속 송장이었다
오늘에야 그 관에서 나왔다
관과 함께 타버린 내 살과 뼈
나는 버릇처럼 말했다
다 불태워 버리겠다고
오늘 나는 활활 태워졌다
뜨겁디뜨겁게 타올랐다
내 뼛가루를 보는
너희를 보며
다 타고 남은 내 뼛가루는
흘러내릴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