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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달의 독백 02화

팔십 평생

시작 詩作

by 조은영 GoodSpirit

80년을 살았다

모태에서 유골함까지 80년


만석꾼집 다섯째

귀하디 귀한 장손


세상에 나보다 귀한 것 없었다

그래서 나

아무도 귀하게 대할 줄 몰랐다


고운 아내도

품 안의 자식 다섯도

귀한 줄 몰랐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는 나를 무서워했다


아내도 자식도

나를 무서워했다


나도 내가 무서웠다

더는 내가 귀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이미 관 속 송장이었다


오늘에야 그 관에서 나왔다

관과 함께 타버린 내 살과 뼈


나는 버릇처럼 말했다

다 불태워 버리겠다고


오늘 나는 활활 태워졌다

뜨겁디뜨겁게 타올랐다


뼛가루를 보는

너희를 보며


다 타고 남은 내 뼛가루는

흘러내릴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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