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고 너를 지키는 방법
우리는 모두 독보적이고 독립적인 한 개인이자 어지럽고 복잡한 사회 연결망 속에서 살아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과 독립성도 지키고 타인과도 잘 지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을 잘하는 법에 관한 책, 강의, 또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과 충고 등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의 밑바탕에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또는 미움받기 두려운 감정이 깔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이란 평소 자신의 삶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에서의 생활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평소의 자기 모습과 사회생활에서의 자기 모습이 다르다면 그 괴리감을 견디지 못하고 언젠가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본래 모습과 사회생활에서의 모습이 어느 정도 일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성향이 달라 부딪히는 일이 많습니다. 하물며 평생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끼리 의견을 조율하고 취향을 맞추는 일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사회생활은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 다를 수밖에 없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의견 차이,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취향의 차이,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 등 결국'다름'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그 다름을 어찌하겠습니까? 상대방이 나와 잘 지내기 위해 자신이 살아오며 쌓아온 가치관과 취향을 바꿔야 하나요? 아니면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야 하나요? 정답은 없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소통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물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부딪히지 않으려 노력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무례하거나 나를 존중하지 않아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보통은 똑같이 대응하거나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친절한 말투를 장착하고 전혀 친절함이 느껴지지 않는표정으로 불쾌함을 드러내려 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상대가 나의 감정을 해친 것을 인정한다면 사과하거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처음 감정이 상했던 사실관계와 관련 없이 감정싸움으로만 번지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저는 누군가 나에게 불쾌하게 굴었을 때 오히려 더 극진히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더 큰 선물 같은 결과가 돌아올 것입니다.
많은 경우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그 순간 화를 냈던 사람은 후회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화를 먼저 냈을 때 내가 맞장구치지 않았기에 갈등이 생기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만약 시간이 지나도 상대가 그것을 모른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내가 베푼 호의를 후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깨달음이 더 늦게 찾아올수록 상대방의 마음의 짐은 커지고 나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은 더 크게 느낄 것입니다.
물론 가끔 악의를 가지고 나를 괴롭히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과는 소통하기보다는 그 상황 자체를 지혜롭게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런 악의적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잘 지내려는 것은 노력 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정말 이상하리만큼 악의적인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내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나서서 그들과 부딪힐 필요가 없습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내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10여 년 전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 소개된 라인홀트 니부어의 평온을 위한 기도문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화'를 담은 그릇은 부식됩니다. '화'를 내는 것은 벌겋게 달궈진 숯을 들어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화를 표출하는 순간 가장 먼저 그 화를 느끼고 피해를 보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그런 후에야 그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달됩니다. 누군가와 부딪힌다면 미워하지 말고 오히려 따뜻한 연민의 마음으로 대하십시오.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