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중학교 졸업을 앞두었을 즈음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상 공부보다는 일을 배워서 돈 버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 못했던 이유도 한몫했습니다만 어찌 됐든 고등학교를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연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운이 좋게 대기업에 입사하여 지금은 잘 먹고 잘살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후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잘 모르니까 괜스레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니까 남의 떡이 커 보였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몇 년 동안은 다른 사람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뭔가를 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열망이 강했습니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 삶이 보상받을 것 같기에,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기에 회사 일을 하면서도 생각은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에서 나의 평판은 '다른 생각을 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어딘가에 떠나있는 것 같다는 평가였지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고, 나 자신도 나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 무렵 우연히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우리 안에 있다" 이 문장은 내게 어떠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나'를 잘 몰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가장 먼저 나는 타인의 성공과 나의 현재 위치를 비교하는 것을 버렸습니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며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탐구하기 위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심리학 서적을 읽고, 자기 자신에게 꼭 던져봐야 할 질문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을 말이지요.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지금은 결혼하고, 아기도 생기고, 하고 싶은 일도 찾아서 어느 정도 뼈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고민을 하던 시기보다 몇 배로 더 잘 살고 있지요. 나는 누구인가, 왜 살고 있는가에 대한 뚜렷한 답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나와 타인의 비교를 끊어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아를 안정시킬 수 있었던 방법은 단순히 믿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선택과 판단을 믿는 믿음 말입니다. 저는 우연히 책 속에서 한 문장을 발견해서 믿음이 시작되었습니다만, 그냥 그런 고민 없이 편하게 살아도 인생에 놓여있는 여러 과제가 우리를 더 성장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안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가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