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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by 김지웅 Feb 15. 2025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장인데, 저는 이 명언을 메모지에 적어서 고개만 들면 보일 수 있도록 책상 앞의 벽에 붙여놓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매우 멋있고, 뼈를 때리는 말인 것만 같아 벽에 붙여놓았습니다만 부작용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시간이 생기면 내가 열심히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거든요. 쉬는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온전히 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항상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변화를 추구하고, 도전하고, 소소한 성공을 이뤄내면서 자아도취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것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일을 찾고, 그러면 시작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감당을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드는 것은 덤이었고요.


더 나쁜 것은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날카롭게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욕심 때문에 해야 할 일은 많이 쌓아뒀는데 진행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자책감 때문에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그러다 보니 가장 가깝고 편한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었지요. 당연히 나는 그게 화풀이라는 것을 부정했습니다. "왜 나한테 화풀이 해!"라는 말에 버럭 화를 내고, 며칠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는 냉전이 시작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그때야 알았습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쉽게 짜증을 내는구나'하고 말이죠.


그 후로는 되도록 하나씩만 하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여러 개 있어도 계획을 짜서 한 가지씩만 제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은 편히 즐깁니다.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도 가고, 카페도 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열심히 노력을 쏟는 시간이 있으면 여유를 갖고 그동안 쏟은 에너지를 다시 회복하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회복 시간을 가지니까 자연스레 주변으로 향하는 짜증이 줄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완벽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입니다. 


쉼표 없이 길게 늘어져 있는 글은 읽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도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쉼표를 찍고, 다음을 위해서 체력을 회복해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지만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나름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 안 들이고 원하는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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