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훅 들어오는 성장의 잽

by 오얄

내 아이의 성장과 변화는
늘 눈에 보이도록 드라마틱하진 않다.
언제나 옆에 있다 보니,
너무 가까이에서 바라보다 보니
그 변화를 놓치기 쉽다.

그러다 문득,
방심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어떤 순간에
훅— 하고 맞는다.
마치 권투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가벼운 잽처럼.



작생이는 어느 순간부터
반짝이 옷을 고르지 않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제는 차에 타면 꼭
듣고 싶은 노래를 먼저 신청한다.
그런데 그 노래들이 대부분 인기 아이돌의 곡이라는 걸
얼마 전에서야 알아챘다.

예전엔 동요 아니면
늘 “방귀쟁이 며느리”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 앞에서 대놓고 흉보는 것도
왠지 조심스러워졌다.
눈치도 챙기고, 감정도 읽는
어엿한 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얼마 전, 비가 내리던 어느 주말.
요즘 작생이가 가장 좋아하는
‘메로나’를 사기 위해
비옷도 없이 나선 우리 부녀.



나는 무심히
앞서 걷고 있는 아이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 낯선 기분은?



잠시 후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비 오는 날이면 꼭
물이 고인 웅덩이를 찾아
물텀벙 장난을 치던 그 아이가…



오늘은 웅덩이를
피해서 걷고 있는 게 아닌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마 꽤 오래전부터
그렇게 조심조심 걷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제야 나는
또 하나의 성장의 잽을 맞은 듯
조용히 가슴이 찌릿했다.



그 잽을 맞고 나니
문득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옷 다 젖었다고, 감기 걸린다고,
혼잣말처럼 걱정을 쏟아내던 그때의 나.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결국 제때가 되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라나는 법인데 말이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맞게 되는,
작은 성장의 사인이
이토록 묵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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