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고찰 17화

일요일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

'not fret', 'rest in the Load', 'trust'

by 황태

최근 정말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회사 일은 여전히 너무 힘들어서 거의 야근을 했고, 하지 않더라도 집에 가자마자 뻗어버렸다. 지난주 목요일 본부회식 레크리에이션을 맡아 진행해야 해서 더 바쁘기도 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명절 전, 명절 연휴, 명절 이후 계속 몸이 아파서 학교 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매일 같이 시험을 보고 과제를 제출해야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못한 것이다.


그 와중에 이직을 위해 대전과 서울에 한 곳 씩 지원을 했고 이번 주 금요일 대전에 지원한 곳에서 면접을 보고, 운이 좋다면 서울에 지원한 곳도 곧 면접을 볼 것 같다.


지원한 것까진 좋았지만 남편이 대전에 지원한 곳에 붙을 가능성이 희박했기에 여러모로 걱정이 됐다. 내가 대전에 붙었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그 사이 대전에 붙지 못하거나 떨어진다면 대전에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전보다 서울에 지원한 곳이 먼저 결과가 나오길 바랐지만, 서울에 지원한 곳은 다음 주에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타이밍이 다 맞아서 대전에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집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골머리가 아팠다.





공부, 회사, 삶의 계획.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감당할 여력이 없는 나머지 나는 계속 피하게 됐다.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었고, 또 명확하게 결정할 수 없었기에 매일의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누군가 내 인생을 정해서 시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괴로움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팀장님, 힘들어진 회사 일 등 원인을 찾다 보니 한도 끝도 없었다. 주위사람들은 잘 맞는 직장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 그 평안함이 부러웠다. 그래서 불평과 불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이 설교말씀을 듣게 됐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시편 37:5)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를 인하여 불평하지 말지어다 (시편 37:7)


'잠잠하고'를 영어원문으로 번역한 것을 보면 'rest'라는 표현이 쓰인다고 한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만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비로소 잠잠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문득 나는 어떻게 쉬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하루는 쉬어야 한다면서 세상의 문화와 즐거움 속에서 휴식을 자처했다. 나는 본질적인 휴식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떠올리게 됐다. 설교 말씀을 듣고 있던 그 순간, 찬양을 들었던 그 순간, 기도했던 그 순간 내가 얼마나 편안함을 느꼈는지를. 주일은 안식일이다. 우리는 일요일에 하나님 안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거친 세상 속에서 잠잠히 견딜 수 있고, 또 남은 시간들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불평하지 말지어다'를 영어원문으로 번역한 것을 보면 'fret'이라는 표현이 쓰인다고 한다. 그 뜻은 무언가에 대해 계속 불안해하고 초초해 하다못해 스스로를 힘들게끔 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나의 모습이 'fret'이라는 단어로써 함축된 것이다. '자기 길이 형통하여', 즉 스스로 잘되는 사람들을 보며 불평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 주위의 평안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내가 생각났다. 그런 내게 하나님께서는 믿고 맡기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하나님을 'trust', 신뢰하라는 것이다.





결론은 나는 하나님을 밑고 나의 모든 일을 맡겨야 했다.


공부하지 못한 시험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을 지라도, 회사일이 여전히 힘들지라도, 가고 싶은 대전을 남편의 직장 문제와 집문제로 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 있을지라도, 그리고 추가로 지원한 곳의 결과를 아직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믿고 맡겨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힘듦을 고하고, 믿고 맡기겠노라 고백하고, 후련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푹 쉰 나는 당장 월요일부터 그 효과를 누리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푹 쉬었고, 부담감을 내려놨고, 걱정이 없는 상태로 아침에 일어나니 출근이 싫지 않았다. 출근 보다도 출근해서 빨리 라테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히려 즐겁게 출근했다. 마침 회사일이 그렇게 힘들지 않아서 공부할 유인물을 뽑기도 하고 충분히 뇌를 쉴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니 어제 볼 시험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어디든 붙거나 붙지 않겠지라는 마음으로 책상 서랍을 비웠다. 묵혀있는 짐들을 비우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차분히 시험을 보고 시험공부를 잠깐 했다. 많이 공부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점수가 안 좋으면 기말고사 때 더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아져 버린 것이다 내 커다란 짐들이. 이 모든 것은 'fret'하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rest'하며 'trust'하고 맡기는 것에서 시작됐다. 'not fret', 'rest in the Load', 'trust'를 함축하는 단어는 일요일(안식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일요일을 잘 보내야 남은 주중을 잘 살아갈 수 있고, 주중 속 하루하루들이 힘들지 않아 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잊지 않고 'not fret'하고 'rest in the Load'하며 하나님을 'trust'하자.


나는 이 고통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키우시고, 발전시키시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 또 나의 길을 분명히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모호한 것들로 가득한 현재 속에서 평안하며, 이 기록을 통해 하나님의 이루심을 간증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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