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그들에게 전하는 전시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어린 시절 당신은 어떤 아이였나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던 놀이는 무엇이었나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어떤 걸 하고 싶어?
지난주, 서울에서 진행 중인 체험형 전시관에 다녀왔다. 전시는 1인 체험형으로 진행되었고, 홀로 맨발로 전시관에 들어가 다양한 질문들에 답하며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내용이었다. 글쓰니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전혀 체질에 맞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나만의 공간에서 그들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한 성향을 지닌 쓰니에게 1인 체험형 전시는 흔한 심리 분석 상담소보다 많은 흥미를 이끌기에는 충분했다.
내 안에 아직까지 어린아이가 살고 있을까? 사회로 뛰어들어 다양한 어른들 사이에서 지낸 내 안에도 어린아이 같은 희망과 순수함이 아직 존재할까. 쓰니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사회생활에 뛰어들고 온갖가지의 어려움을 겪어내다 보니 결국에는 정신병이 생겼다. 이에 도피하듯 오게 된 시골 할머니댁에서 근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사서로 봉사를 다니게 되었다. 아이들을 보며 항상 하는 생각이다.
'나도 어릴 적 이렇게 순수하고 행복하게 놀았었나..'
전시와 주변 환경으로 인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된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순수하긴 했다. 아파트 단지였지만 뒷마당이 있었기에 친구들과 풀과 열매들을 따서 소꿉놀이도 해보고, 동네 모래 놀이터의 땅 끝은 어디일까! 하는 모험심으로 놀이터에 땅굴을 파다가 경비아저씨께 들켜 크게 혼나보기도 했다. 비비탄 장난감 총 하나를 사서 아파트 주차장 지형을 활용한 서바이벌 놀이도 하였고, 동네 오빠들에게 특훈으로 배운 자전거는 동네에서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여자아이로 소문이 날 정도로 험하게 놀았다. 그 당시에 나는 뛰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 먹고, 곤충을 잡으러 다니고, 운동을 즐겼고, 빠른 속력으로 인해 피부로 와닿는 쌩쌩한 바람을 좋아했다.
전시를 보고 난 후와 보기 전을 비교하자면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어렸을 적 겉으로는 활기차고 외향적이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항상 온 힘이 빠져 조용히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흔히 말하는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양심적인 아이였다. 그런 아이임을 전시 속 체험들을 통하여 한 번 더 깨닫게 되었을 뿐, 그게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된 건지에 대한 한 가지의 의문만이 더 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이 지금 성인이 된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을까. 새로운 물음표가 머리 위에 떴다.
체험이 끝나고 나면 나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큐알토드와 함께 어릴 적의 나를 대표하는 한 가지 스티커를 받아 꾸밀 수 있는 작은 카드를 제공해 준다.
이 외에도 노트와 연필, 나무향이 가득한 연필 하나를 준다.
사실 연필과 자를 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를 주었다. 받은 선물들이 어릴 적 사용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이었기에 더욱 마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궁금해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서로 봉사를 다니는 곳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곤 하는데, 나의 별명은 만타이기에 자연스럽게 만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기도 한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를 다시 한번 깨우고, 내면의 순수함을 찾아가는 데에 있어서는 경험해 볼 가치가 충분한 전시회였다. 어쩌다 보니 전시회에 대한 후기를 쓰게 된 것 같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인지라 조심스럽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한다.
시즌별로 다양한 전시를 운영하는 것 같으니 관심을 갖고 때를 기다리다 보면 나의 고민에도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는 전시가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오늘도 한 번 더 희망을 걸어본다.
그리고 오늘도 당신의 하루에 잘 살아내었다. 돌아보아도 된다. 그리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