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걸어온 길,
스물아홉 겹의 계절을 넘어
눈앞에 선 서른이라는 문.
시간은 말없이 흐르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멈칫거린다.
이룬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일까.
손에 남은 것이 무언가를 되묻지만
허공에 퍼져버린 바람처럼
대답은 멀기만 하다.
가슴에 품었던 꿈들은
희미해진 흔적을 남기고,
반짝였던 순간들은
어느새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다.
나는 이제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지만,
조금씩 깨닫는다,
서른이란 숫자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문이라는 걸.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덜 두려워지기를 바라며,
한 걸음 내딛는다.
지나온 스물아홉에 감사하고,
다가올 서른에 미소 지으며
새로운 날들을,
새로운 나를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