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낙엽은 나뭇가지를 떠나
홀로 땅에 누운다.
떨어진 나뭇잎들 사이로
발길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나 혼자만이 아는 소리가 울린다.
길가에 선 은행나무는
그 고운 색깔로 나를 반기지만
어쩐지 더 외로워지는 건
내 마음 탓일까.
누군가 함께 걷던 길도
이제는 쓸쓸한 발자국만 남아
서늘한 공기가 내 뺨을 스쳐 간다.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할 때,
나도 모르게 흩어진 기억들이
한 잎 한 잎 스며들어
가슴속 빈 자리를 메운다.
어느새 해가 짧아진 저녁,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홀로 걷는 이 길 위에
가을의 온기와 함께
또 다른 외로움이 내려앉는다.
다시금 겨울이 오기 전,
이 짧은 가을 끝자락에서
잠시나마 온기를 나눌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