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하늘 아래서 들려오는
낯선 땅의 비명,
저 멀리 타오르는 불길이
오늘도 내 가슴을 파고든다.
보이지 않는 거리만큼이나
우린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
얼마나 모르는가.
저기, 무너진 도시의 잔해 속
누군가는 숨을 죽이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텐데,
아무 일 없듯 우리는
평온한 저녁을 맞는다.
그러나 이 평화가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나의 땅도 언젠가
그들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그 두려운 생각이
희미한 안도 속에 스며든다.
오늘은 먼 나라 이야기라 해도
내일은, 어쩌면 이 땅 위에
똑같은 연기와 비명이
흩어질지 모를 일.
누군가의 비극이 우리의 거울이라면
우린 정말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걸까.
간절히 빈다,
이 잿빛 비극이
다시 일지 않기를,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모두가 품 안에
서로를 안아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