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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과 크리스마스

큰 딸아이의 소원

by 호수공원


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올해부터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 프로젝트 준비가 한창이었다.

6살 하늘반 2학기 주제는 ‘우주’였고, 딸 아이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우주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엄마, 행성 중에서 가장 작은 행성이 수성이래.”

하며 남동생에게도 우주의 존재와 행성들을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딸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주에 대하여 질문도 하였다.

“엄마! 우주선을 타고 사람이 우주에 가면 집에는 어떻게 와? 거기서 맨날 살아야 해?

사람들이 풍선처럼 자꾸 둥둥 떠다니면 어떡하지?”

“응. 우주선은 한 번 쏘아 올리면 끝이야. 그래서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 왕복선을 타고

우주에 갔다가 다시 지구에 돌아오는 거야.”


딸아이는 잠들기 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상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다.

‘응? 뭐지?’ 싶어 나는 딸에게 왜 그렇게 하고 자냐고 물으니,

“음... 우주에 대해 생각하면서 잘 거야. 그래서 꿈에 우주선이 나오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싶어.”

“(피식) 흠~그럼, 어차피 꿈이니까 블랙홀에 빠져 보는 건 어때?”

꼬맹이 딸은 흡사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에 미니어처 같은 모습으로 신이 난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우주여행.jpg


며칠 후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한테 문자가 왔다. ‘슈퍼문’ 이 뜬다는 문자였다.

슈퍼문? 때마침 딸아이와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큼지막한 ‘슈퍼문’이 떠 있었다. 무수한 별들이 달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슈퍼문은 여느 달 보다 눈이 부셨다.

보통의 달이‘아기’라면, 슈퍼문은 그런 아기 달을 포근히 품어주는 ‘엄마 달’ 같다고 할까? 그 웅장하고 포근한 마음에 혹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소원 하나를 마음속으로 빌어 보았다.

“딸아, 슈퍼문 정말 크고 이쁘지? 너도 소원 하나 빌어 봐.”

“우와~~~ 정말 달이 크다!!”

아이는 두 손을 모으고

“달님~ 시크릿 쥬쥬 셀카폰 꼭! 갖게 해 주세요.”

그날 이후 딸은 보름달이 뜰 때마다 두 손을 모으고 창문 너머 소원을 빌곤 했다.


슈퍼문.jpg


나는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간식거리를 사주려고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다.

해는 저물고 어스름한 밤이다. 딸아이는 멍하니 하늘을 보고는

“엄마, 보름달 뜬 거 맞지? 보름달이지?”

“아니, 아직 보름달이 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해.”

어둠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달은 반달에서 조금 불룩한 상현달이었다.

딸은 소원을 빌지 못해 토라진 듯 입이 샐쭉 나왔다.

“보름달처럼 동그라미가 아니고, 엄마 봐봐. 눈꺼풀 모양을 하고 있잖아.”

나는 두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상현달 같은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그려 보여 주었다.

“그러네. 달이 눈꺼풀 하고 똑같네.”

그리고는 지그시 감은 내 눈과 밤하늘을 한 번 더 보고 해맑게 웃더니

“엄마! 달도 코~ 잠을 자고 있나 봐~zzz”

하얀 달처럼 순수한 딸아이를 보니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조금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과연 크리스마스가 되면 딸아이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상현달.jpg

<90도 각도로 기울어진 상현달>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크리스마스이브라 차분하게 들뜬 마음으로 어린이집 하원 차량을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하였다.

버스 창문 너머 밤톨 같은 아이들의 얼굴이 보인다. 딸아이와 작은아들은 산타 풍선과 선물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아들은 집에 와서 잠바도 벗지 않고 선물을 뜯어 달라며, 재촉하였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금세 친구가 된 듯 반갑게 말도 걸어보고, 신이 난 듯 노래도 흥얼 거렸다. 문득 어제 딸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다가 우리가 크면 선물을 안 주면 어떡해?"

"음... 만약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깜빡하면 엄마가 나중에 산타 할머니가 되어서 선물을 줄게."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순수한 믿음과 동경을 고이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나는 창문 너머 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는 달을 보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갖고 놀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달 어딘가에 끝에 매달려 있는 투명하고 반짝이는 별들이 촘촘하게 가느다란 실로 엮여 딸아이의 자그마한 두 손 위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려다 준 것처럼 딸아이의 입가엔 새하얀 웃음이 번진다.





티 없이 맑은 웃음을

우리 아이들이 항상

지을 수 있게


어리석은 자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비상계엄도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쟁 또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바라는

'소원'이 모두 이루어져

새하얀 웃음이 가득한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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