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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 담담하게 Dec 14. 2024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요

삿포로 아틀리에 모리히코 이야기(1)

연일 눈이 내리고 있는 삿포로를 떠올리면 생각 나는 곳이 아틀리에 모리히코이다. 마루야마에 있는 모리히코 본점이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서 만든 올드한 분위기의 커피 가게라면 아틀리에 모리히코는 작고 소박한 커피 가게이다.


삿포로 중심부에서는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아틀리에의 창가 차리에 앉으면 전차가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크기로 따지면 모리히코 본점이나 이곳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삿포로의 3대 커피 중의 한 곳답게, 진한 커피 맛을 맛볼 수 있다.


아틀리에의 공간 한 중간에 있는 저 커다란 탁자는 홋카이도 대학 연구실에 있던 것으로, 만들어진 지 백 년이 넘어 긴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딱히 이곳에서 만날 사람은 없지만 정성스럽게 내어준 커피를 놓고, 노트와 펜을 꺼내어, 여행에 대한 글을 쓰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여행자의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고, 그저 커피를 마시기 위해, 혹은 조용히 책을 읽기 위해 온 사람들이 드문 드문 앉아 있다.

혹시라도 아침 일찍 이곳에 간다면 달콤한 샌드위치와 커피세트를 맛볼 수 있다. 여기서 내어주는 샌드위치는 얇고 예쁜 종이에 싸여 있다. 샌드위치에도 이런 정성을 들이다니, 빵 안에는 고소한 구운 피스타치오와 새콤한 프람브루아즈가 토핑 된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 크림과 사과 캔디가 들어 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하염없이 보다 보면 혹시라도 눈이 내릴 수도 있다.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노트를 펼치고 나서 그리운 그 누군가에게 긴 편지를 쓰게 된다.


긴 인연이 되지 못했던, 그래서 늘 마음 한구석에 수채화처럼 남아 있는 그 사람에게 이토록 멀고 먼 북쪽 삿포로에서 당신을 그리워한다고, 왜 그리도 용기가 없었는지에 대해, 결국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다 보면 어느새 아틀리에의 진한 커피 향이 스며들어 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칠 수 없는 편지의 마지막 부분을 쓰게 된다.


"문득 생각나는 당신, 잘 지내고 있는지요? 늘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요 "

어느새 창밖이 어두워지고 일어서야 할 때가 되었다. 차가운 삿포로의 겨울 거리, 하나 둘 불을 밝히는 스스키노를 향해, 전차를 타기보다는 걷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다시 또 오게 되겠지, 그때에도 이곳은 변함없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에 간다면 나는 어떤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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