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붙잡던 날
"음... 그때 봄에.... 우리 자전거 처음 탔던 날 기억나?"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만화책을 보던 아내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언제?"
"우리가 본격적으로 만났던 때... 그때... 고수부지에서 자전거를 탔었잖아..."
"아... 맞아... 그때,,, 당신 자전거 탈 줄 몰랐잖아... 그래서 내 뒤에 탔었지.."
"그때 말이야.. 뒤에 앉아 있던 내가 웃고 있는 줄 몰랐지?"
"어.. 그랬어? 그때 당신 비명 지르고 그랬지 않았나? 무섭다고..."
"음... 무서워서... 당신 허리를 꼭 잡았잖아...... 당신은 깜짝 놀라고..."
"하하하.. 맞아.. 어찌나 세게 허리를 잡던지. 아니.. 이 여자가 왜 이러나 했지...."
"음... 그때.. 당신 허리를 잡았을 때 말이야... 뭐랄까.... 내가 붙잡은 게 당신이란 사람.... 아니... 당신의 삶을 잡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그 순간에 그런 예감이 들었어.. 아주 아주. 오래오래... 놓지 못할 것 같은.,..."
그렇게 말하며... 아내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뒤늦은 고백.... 아니 도통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아내가.. 갑작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하자.. 그의 얼굴은 온통 쑥스러움으로 물들어갔습니다....
"어째... 내 허리를 잡는 게 예삿일이 아닌 것 같더라니...... 커피 더 마실래? 가져올게..."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소파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고마워.... 당신... 나를 붙잡아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