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1년의 신혼생활을 갖고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몇 달은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병원의 도움을 살짝 받고 우리 부부는 기다리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대학원에서 졸업 논문을 쓰는 중이였다. 논문을 쓰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낼 수밖에 없었고 개월수가 늘어날수록 몸무게도 함께 늘어나면서 몸의 여기저기가 붓고 밤에는 다리가 절어서 잠을 설치는 날들도 생겼다. 임산부들에게 요가가 좋다는 소식을 어디서 주워들었던 나는 임산부 요가를 하는 곳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친정 근처에 위치한 요가원에서 임산부 요가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 임산부 요가 수업을 듣고 싶은데요. 혹시 시간표가 어떻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임산부요가를 개설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개설하게 되었구요. 아마 수업은 월수금 오후 12시에 수업을 할 예정이예요. 혹시 몇 주 되실까요?"
"저 18주되었어요."
"네 딱 좋으네요. 수업 받으러 오세요."
임산부 요가는 보통 16주 이상이 되어야 권장을 한다. 그렇게 나는 친정집 근처 요가원에 수업을 등록하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수업 첫 날. 긴장 반 설레임 반이였다. 나는 처음 해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도 많이 가린다. 나까지 포함해서 6명이 요가매트를 깔고 요가원에 앉아 있었다. 내 또래의 젊은 여자 선생님은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셨다. 우리들 각자에게 임신한지 몇 주가 되었는지 요가를 포함해서 운동을 해 본 경험이 있는지 여쭤보셨다. 같이 수업을 듣는 우리는 임산부라는 공통점 하나로도 대화가 잘 통했다. 여기저기서 몸의 불편함을 선생님께 토로하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깊은 분이셨다. 매 수업 시간이 끝날때마다 그날 운동하면서 좋았던 자세나 불편했던 자세들에 대해서 물어봐주셨고 요가원에 오면서 라디오에서 들었던 좋은 글귀들을 나눠주시기도 하셨다. 또 임산부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신체 부위를 알려주면 그에 맞는 운동법을 공부하고 오신다고 하시면서 불편한 곳들을 항상 물어보셨다. 선생님은 임산부수업은 다른 수업보다 마음이 쓰인다고 배려해주셨다. 마지막 사바아사바(마지막 휴식자세)를 할때는 한 명씩 목과 어깨, 발바닥을 1-2분 정도씩 가볍게 마사지 해주셨다. 나는 수업 시간이 끝날때마다 조용히 누워서 눈을 감고 선생님의 마사지 시간을 기다렸다. 선생님이 다가오면 오일의 박하향 냄새가 퍼지면서 내 기분까지 좋아졌다. 누군가에게 배려받는 느낌이 좋았다. 나는 매 시간마다 선생님의 따뜻한 손길과 마음씨에 감사했다.
나는 뱃 속 아이가 개월수에 비해서 크다는 말에 예정일보다 2주 일찍 유도분만을 하게 되었다. 분만 날짜를 잡은 전날도 요가 수업을 갔다. 선생님은 내일 꼭 순산하길 바란다면서 순산에 좋은 자세들을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출산하고 나면 꼭 연락을 달라며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셨다. 임산부 요가를 했기 때문이였을까 나는 생각보다 아이를 힘들이지 않고 낳을 수 있었다. (물론 안 힘들었다는 건 아니다. 내가 상상했던 출산의 고통보다는 덜 했다는 의미이다.) 나는 큰 아이를 낳고 나서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순산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아이 사진과 함께 문자로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브라운님, 소식 너무 기다렸어요. 순산하셨다니 다행이예요. 오늘 수업 같이 듣는 분들도 모두 브라운님이 순산하셨는지 궁금해했어요. 다음 수업 시간에 소식 전해줄께요. 연락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나는 조리원에 갔다가 친정집에 와서 몸조리를 했다. 몸조리 기간동안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잠시 맡기고 요가원에 간식을 사서 선생님과 동기들에게 인사를 갔었다. 모두 반가워해주었고 특히 선생님이 너무나 반겨주셨다. 그 이후 몸조리가 끝나고 아산으로 내려오면서 그 요가원에 더이상 가지는 못했지만 나는 요즘도 요가를 하다 가끔씩 선생님의 따뜻했던 마음이 생각난다.